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전 세계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또 인플레이션과 고환율 기조가 이어짐은 물론 미·중 패권 경쟁에서 파생된 칩4 동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2년 국내 산업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을 비롯해 젊은 재계 오너 3·4세 경영이 본격화됐고, K-방산과 K-조선이 해외시장에서 대량 수주 등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면과 회장 취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해 '뉴삼성'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두 달 만이었다.
현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으며, 10월 취임 후에는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방한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을 만나 배터리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IRA 통과…국산 전기차 직격탄
반도체 칩4 동맹에 이어 미국은 IRA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지난 8월 발효된 IRA는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먹거리가 될 예정인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골자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생산을 미국에서 해야 하고, 미국산 배터리 소재가 일정 비율 이상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 내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차·기아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애초 건설 예정이었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착공식을 6개월 앞당겼으며, 지난달에는 SK온과 전기차 생산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현지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IRA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인 2024~2025년까지 법안 유예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고, 美 재무부는 내년 3월까지만 연기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나아가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전기차 세액공제 하위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를 일부 예외로 하는 규정이다.
재계 오너 3~4세 경영 본격화
올해는 재계 오너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알렸다. 우선 1983년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에 더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맡는다.
HD현대(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1982년생)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난달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아들인 1987년생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부문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경영개발원을 담당할 LX MDI(Management Development Institute)를 이끄는 역할도 맡는다. 지난해 말 구 회장 지분 중 11%를 증여받았고 자사주까지 매입하는 등 그룹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1984년생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이규호 부사장도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달 그는 자동차 부문 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호 사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후 내년 1월 1일부로 자동차 부문을 독립시키고 성장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오너가 3~4세들이 젊은 시각으로 미래 성장을 주도할 먹거리 창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빈 살만 방한…640조원 네옴시티 수주전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지난 11월 17일 세계 최고의 부호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방한 때문이었다.
빈 살만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는 640조원이 투입된다는 ‘네옴시티’ 수주 계획이다. 국내 재계에서도 그의 방문에 시선이 쏠렸으며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빈 살만이 직접 계획했다는 네옴시티는 사우디 발전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 플랜 중 하나로 사우디 서북부 사막지역에 서울의 40배가 넘는 면적의 미래 도시를 건설한다는 초대형 사업이다.
다소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프로젝트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어쨌든 그가 머물렀던 20시간 동안 우리 기업들은 네옴시티와 관련 고속철·수소에너지 플랜트·건설 등의 분야에서 100조원 규모의 26개 프로젝트 투자계약을 따냈다.
호재 만난 K-방산 수출…21조원 수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나라 방산기업이 수혜를 봤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군수물자를 제공한 이후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적시적소 공급이 원활한 K-방산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이후 두 달여 만에 한국을 방문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우리 방산기업과 약 21조원의 방산물자 수출 계약을 진행했다.
현대로템에서는 K2 전차(980대, 33억6000만 달러), 한화디펜스에서는 K9 자주포(648문, 24억 달러)와 다연장로켓(288문, 60억 달러), KAI에서는 자체 생산하는 FA-50 경공격기(48대, 30억 달러)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 측은 탄약과 후속 군수 지원 등 전체 물량을 포함하면 총 규모는 52조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우리 방산업체들은 올해 폴란드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 13억 달러 규모의 지대공미사일 천궁(M-SAM II), 이집트에 18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필리핀에 6억 달러 규모의 원양경비함 수출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 한화그룹 품으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기업’이라는 목표에 다가섰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고,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를 확보해 새로운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최종 인수 완료까지는 3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방산업체 매매승인, 기업결합 심사 등 국내외 인허가 취득이 남았다.
지난 20일에는 공정위가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으며, 관련 시장 확정, 경쟁 제한성 평가, 효율성 증대 효과 분석 등 일반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한화그룹과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는 순조로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이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대우조선 인수로 예상되는 독과점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KG그룹, 쌍용차 인수…'KG모빌리티' 출범
쌍용자동차가 마침내 토종 기업으로 돌아왔다. 쌍용차는 2020년 말부터 끌어오던 새 주인 찾기를 종결하며 올해 KG그룹에 인수됐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와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낮은 채권 변제율에 채권단 반발이 심했고 기한 내 인수대금도 지불하지 못해 인수 계약이 해지됐다. KG그룹은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9500억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했고 300억원 추가 투자, 채권 변제율 조정 등을 통해 쌍용차를 인수했다.
과감한 결정에 나섰던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토레스 출시 현장에 나와 연설할 정도로 쌍용차를 정상화 궤도에 올리는 것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곽 회장은 쌍용차의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쌍용차는 1988년부터 ‘쌍용’이라는 사명을 쓰기 시작했는데, 35년 만에 사명이 변경되는 것이다. 전동화 전환, 모델 라인업 확대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미지 쇄신이라는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조선 빅3, LNG 운반선 발주 싹쓸이
올해 초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를 본격화하며 한국 조선업황의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대량 발주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알렸다.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 4척을 주문받았고 이들 선박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5년 1분기까지 선주사에 인도한 후 카타르에너지의 노스필드 확장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현재 7700만톤(t) 규모의 LNG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하는 증산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이 2020년까지 국내 빅3 조선업체와 100척이 넘는 LNG선 건조 슬롯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까지 한국조선해양이 42척, 대우조선해양이 38척, 삼성중공업이 36척의 LNG 운반선을 각각 수주했다.
전 세계 LNG선 가운데 70% 이상이다. 대형선의 경우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카타르 프로젝트 물량 가운데서 조선 빅3는 54척을 쓸어 담았다. 발주가 몰리면서 LNG선가도 크게 뛰었지만, 후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흑자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는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