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으로 국내 오프로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지프 랭글러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내놓은 선택지다. 라인업이 부족하긴 하지만, 일단 2.0ℓ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뿜어내는 랭글러 루비콘 오버랜드 모델보다는 파워풀한 스펙을 보여준다.
사선이 아니라 직선인 보닛 디자인으로 차체의 크기가 랭글러보다는 넓어 보인다. 윈드스크린도 조금 더 작아 보이는 데 안정감은 더 주는 느낌이다. 실내 소음은 생각보다는 조용한 편에 속한다. 여러 가지 문제를 빚었던 부분이지만, 구매에 염려할 요소가 될 거 같지는 않다. 오픈탑 오프로드 차량에서 렉서스 세단의 정숙함을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승차감 역시 랭글러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평소 조향 느낌은 랭글러보다 다소 가볍지만,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무게감이 조금씩 달라진다. 일상에서는 승차감은 사실 둘 다 비슷할 것으로 짐작되나 랭글러의 거친 느낌은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냥 거친 느낌을 좋아하는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있기에 이 부분은 장단점을 따지기가 어렵다.
브롱코는 오프로드 기능에도 매우 충실하다. ‘G.O.A.T’라는 모든 지형 대응 오프로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로우 기어 레버 등으로 대부분 수동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랭글러와는 달리 디지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다이얼식 레버로 주행모드를 컨트롤 할 수 있다.
포드 브롱코는 분명 오프로더다. 현지에서는 오프로더를 대표하는 지프 랭글러의 강력한 대항마, 혹은 더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의외로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한편, 브롱코는 MPV에 더 가깝기도 하다. 픽업을 사랑하는 미국 문화로 들어가 본다면 포드 브롱코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대다수가 일·이차 산업에 종사했던 미국인에게 필요한 차는 첫째 내구성, 둘째 싼 가격이다. 인건비가 높은 미국은 유상 수리에 있어 매우 민감한 편이다. 무조건 튼튼하고 잘 달리고, 어지간한 건 직접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바탕에 두고 있다. 지금도 예전도 마찬가지다. 1966년 탄생한 첫 브롱코가 바로 이런 성격에 안성맞춤이었다.
초기형 브롱코 모델은 심플한 박스 타입으로 디자인 따위를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필요한 것만 넣어둔 차나 마찬가지다. 이후 단순함은 핵심 디자인 요소가 된다. 상황에 따라 변형도 쉬워 짐차로 오프로더로 언제든 활용이 가능했다.
전설을 만들어가던 브롱코는 1996년 5세대를 마지막으로 현행 F-150 등 강력한 픽업 모델들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며 단종됐다. 하지만, 아직도 3~5세대 모델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미국인들의 브롱코 사랑은 아직 진행형이다. 24년 만에 부활을 알린 6세대 브롱코가 그걸 증명한다.
심플하며 단단해 보였던 전반적 이미지는 흉내를 잘 낸 것 같지만, 생계형 MPV(Multi Purpose Vehicle)를 지향했던 성격은 레저용 오프로더로 달라졌다. 주요 타깃층도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