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이 30%에 가까운 울릉공항과 비슷한 시기에 예타를 통과하고도 10년 넘게 답보상태인 흑산공항도 건립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걸림돌이던 공항 부지의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해제 문제를 연초에 매듭짓고 공항 건설을 위한 절차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 지역 공항 건설은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경제성이 낮아 여러 차례 예타에서 탈락해 국비 지원 사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적자가 쌓이면서 폐쇄된 예천·울진공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건설 과정에서 산을 깎아내고, 바다를 메우면서 생태계 훼손을 이유로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국내 첫 도서 지역 시설인 울릉공항(울릉읍 사동리 일대)은 2025년 개항 예정으로 세 곳 중 공사 진척이 가장 빠르다. 바다를 메워 짓는 국내 최대 해양매립공항으로 총공사비가 가장 많은 7092억원이다. 항만이 아닌 공항에 케이슨공법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수심이 30m가 넘는 바다에 높이 18m의 케이슨(caisson)을 설치해 공항 기반을 다지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공사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신년사에서 “개항에 맞춰 활주로 길이를 연장해 80인승 이상의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흑산공항(신안군 흑산도)은 2008년부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13년째 표류하고 있다. 그동안 최대 걸림돌이던 공항 부지의 국립공원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 해제 심의를 예정대로 통과한다면 전남도와 신안군은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남도 도로교통과 김순종 주무관은 “1~2월 안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모든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심의 통과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공사비 1833억원의 흑산공항은 해안 매립이 아닌 해발 125m 대봉산 일대(68만3000㎡)를 깎아내 공항을 건설한다.
가장 늦게 예타를 통과한 백령공항(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25만4000㎡)은 정부와 인천시의 개항 예정 시기에 차이가 있다. 시는 국토경제부가 위험 분산 차원에서 기간을 2029년까지 넉넉하게 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상주 인천시 항공과 공항시설담당관은 2일 “백령공항 사업지는 옹진군 소유의 평탄화된 매립지여서 토지보상 절차가 없고, 다른 두 공항과 비교해 건설 공사도 수월하다”며 “이 때문에 2027년까지 2년을 충분히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사업비는 2018억원으로 울릉공항의 3분의 1 정도다. 시는 제2 제주도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고유의 특산물, 먹거리가 매력적인 세 곳은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섬 관광지이다. 물리적·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고 섬의 특성상 태풍과 안개 등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이 잦다.
공항은 이런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을 극복하고 공간을 확장한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인식 변화와 생활 혁신을 이뤘던 것처럼 2027년까지 세 지역 공항이 모두 개항되면 단절된 공간을 이어주고 전국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전망이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