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세계화, 끝나지 않았다"…단지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공유
1

"세계화, 끝나지 않았다"…단지 변화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상하이 국제항만 터미널에 쌓여있는 콘테이너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 국제항만 터미널에 쌓여있는 콘테이너들. 사진=로이터
2016년 구글, 페이스북(현, 메타플랫폼) 그리고 홍콩 파트너사가 태평양을 가로 질러 홍콩과 LA를 연결하는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인 8,000마일 길이의 해저 광섬유 통신케이블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만 해도 미래는 밝아보였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라는 이유로 승인 신청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대 기술 회사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길을 갔고, 그 통신케이블의 일부를 홍콩 연결 없이 필리핀과 대만으로 연결했다.
이 태평양 광케이블 네트워크의 이동 경로는 세계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다국적 기업들은 매출 성장을 위해 젊은 인구층이 늘어가는 개발도상국에 진출하고, 또 저렴한 수출상품 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때만 해도 국가안보나 정치적 긴장 관계가 그들의 사업 방해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생각지 못했다. 그 가정에 많은 기업은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향했다.

이 다국적 기업들은 여전히 싸고 효율적이며 젊은 시장을 찾고 있다. 거기에 이제는 안전 보장을 원한다. 이는 결국 세계의 경제 대국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긴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 즉 다변화, 다양화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며 재연결되고 있다. 효율성 저하는 가계와 기업의 비용 증가 및 이윤 압박을 의미한다. 그것은 잠재적 위기의 확대, 그 위험성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정치인들에게, 그것은 국익 수호의 관점에서 경제 성장과 저물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싸움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기회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 에너지 분야가 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다국적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베트남, 필리핀, 멕시코 등이 수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997년 저서 '세계화가 너무 지나쳤는가?'에서 최초로 세계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 위험을 경고한 하버드대학 교수 다니 로드릭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세계화의 붕괴가 아니다. 그것은 재형성 중이다"고 말했다.

전 세계 경제활동 가운데 세계 무역 비중은 2008년 61%로 정점을 찍었고, 이 시기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 일으켰던 때로 중국의 파워가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무역 비중은 비록 평균적으로 1970년대 31%, 1980년대 36% 또는 1990년대 40% 추정치를 훨씬 웃돌았지만 그 이후 경제활동의 57%로 후퇴하였다.

로드릭 교수는 예를 들어, 1930년대 경제 생산량의 약 10% 하락에 가까운 수준의 세계 무역 침체 발생은 예상하지 않는다.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너무 많이 투자를 해서 단순히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생산성 손실 및 이익 손실 측면에서 비용이 너무 클 것이다. 저렴한 상품 구매를 원하는 각 가정은 세계화 지키기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게다가, 글로벌 채권은 기술의 거침없는 발전에 의해 가능해졌다.

대신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수입품 관세 부과에서 시작되어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기술 수출 차단 노력,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증폭되는 글로벌 무역에서 변화의 길을 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중국 수입품 비중은 2017년 최고 22%에서 지난해 17% 미만으로 낮아졌다. 다른 아시아 국가 및 멕시코로부터의 수입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2007년 이전 100억 달러 미만에서 2022년 1200억 달러 이상으로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 필리핀, 대만,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도 대미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동시에 대중 수출도 늘고 있다.

멕시코의 대미 연간 수출은 2008년 이후 대략 두 배인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고, 대중국 수출도 증가했다. 동시에 유럽이 이웃 러시아와의 경제 연계에서 벗어나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량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 대한 중국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무역에서처럼 금융 경로도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 채권은 2011년에 정점을 찍다가 몇 년 동안 감소, 2016년경에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출 증가의 가장 큰 수혜자들 중에는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북미와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국들로 이는 더 위험해진 세계에서 오래된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동남아도 미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08년, 중국과 홍콩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의 24%를 차지했고, 싱가포르는 21%를 차지했다. 2021년까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투자 거점인 싱가포르가 투자의 38%를 차지했고 홍콩과 중국이 26%를 차지했다.

글로벌 CEO, 정책 입안자 및 근로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고비용과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글로벌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로드릭 교수는 선진국 제조업이 노동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선진국 경제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그 점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걱정거리는 국가 간의 경제적 마찰이 공공연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오판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세계화는 이미 관세, 제재, 수출 통제의 사용으로 무기화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원래 구글이 계획한 태평양 광케이블 네트워크에서 홍콩을 연결하지 못했다.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 발생을 보면서 현지 케이블 방송사에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하는 위험을 감수할 기업을 없었을 것이다.

그해 통신 문제 검토를 담당하던 '텔레콤 팀' 패널을 이끌었던 미 법무부는 홍콩 파트너인 퍼시픽 라이트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스에 대한 우려와 홍콩과의 직접적인 연결 때문에 그 프로젝트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정리했다.

구글과 당시 페이스북은 2021년 말 대만과 필리핀과의 광케이블 연결을 승인받았다. 한 가지 새로운 우려는 또다시 대만해협 긴장 관계로 대만과의 케이블 접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측은 대만 노드(Taiwan node)가 라이선스를 받아 대만에서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필리핀 루손 노선도 운영 중이며, 다변화 차원에서 자바해를 거쳐 싱가포르 신규 광케이블 연결을 계획하고 있다.

홍콩 상황은 좋지 않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홍콩 파트너사의 지배주주인 닥터 펭텔레콤&미디어그룹의 주가는 2015년 이후 90% 이상 하락했다.

홍콩과의 광케이블 연결을 자문하던 테드 오시우스 전) 고문은 이후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US-ASEAN 비즈니스 협의회의 회장이 되었다. 그는 기업들이 다각화를 모색함에 따라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며, "미국 사업이 중국 바구니에 너무 많은 달걀을 담는다"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수혜자는 공산당 통치하에 있는 베트남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권단체들은 베트남 정부의 언론, 종교, 결사에 대한 탄압 반대를 외친다. 또한 한 세대 전 중국처럼 약 1억 명의 젊은 인구는 성장하고, 교육과 경제 발전에 대한 의욕 또한 넘친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ECV 홀딩스의 데이비드 루이스 최고경영자는 중국과 베트남의 비교는 여기서 끝난다고 말한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세계 정치에서 중립을 목표로 하고, 그들의 초점은 성장, 번영,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있다.

베트남에는 세계 지배 야망을 빼고는 중국에서 원했던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한다.

그의 회사는 호치민시 주변 산업단지에 전기 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주로 미국으로부터 LNG를 수입, 공급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때문에 이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 활용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8000마일 이상 떨어진 멕시코 로사리토에 미국 소비자를 목표해 독자적인 다각화를 추진하는 중국 전자·가전업체 하이센스그룹이 있다. 2015년에는 샌디에이고에서 몇 마일 떨어진 샤프(Sharp Corp)로부터 TV 제조 공장을 인수했다. 또한 스마트TV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으로 회로기판을 만드는 최첨단 로봇장비로 생산을 자동화하고 금속 스탬핑과 플라스틱 주입에 투자했으며 포장재와 광학시트 공급업체까지 이전시켰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의 TV 완제품 배송은 중국 공장에서 배송하는 것보다 최대 한 달 이상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하이센스는 현재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시에 '가전산업단지'를 개발 중이며, 대미 무관세 수출을 위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주방가전 등의 생산에 2억6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글로벌 다변화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

마츠오카 주식회사는 다른 회사 브랜드를 대신하여 의류를 제조하는데, 그중 약 70%가 유니클로 상품이 된다. 2022년 5월 발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동남아 생산 물량을 2022년 3월 50%에서 2026년 3월 71%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2023년 3월까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신규 공장 건설에 6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마츠오카측은 중국 기술력은 높지만 인건비가 올라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서는 근로자 모집이 쉽다"고 밝혔다.

일본섬유수입협회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섬유수입의 74%를 중국이 차지했으나 2021년 58.7%로 감소했다. 많은 일본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있지만, 중국 공급망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많은 기업은 눈앞의 생존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장기적인 문제에 초첨이 옮겨지고 있다'고 미국 투자 회사인 워버그 핀커스의 정치 리스크관리 책임자이자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 백악관 관리인 제이크 시워트는 말했다. 그는 재세계화가 아직 초기 단계라며, "이러한 공급망은 30년 또는 그 이상에 걸쳐 구축된다.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풀릴 거라는 생각은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