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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국내 진출 가시화…가상자산업계·금융당국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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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국내 진출 가시화…가상자산업계·금융당국 '긴장'

코인원 단독 위믹스 재상장…DAXA 위기론 '솔솔'

바이낸스 사내 전경. 사진=바이낸스이미지 확대보기
바이낸스 사내 전경. 사진=바이낸스
세계 최대 블록체인 기업으로 꼽히는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해외 대형 업체의 등장에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들은 물론, 금융당국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심하는 눈치다.

암호화폐 원화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 고팍스(GOPAX) 운영사 스트리미는 최근 등기부등본상의 대표를 이준행 창업주에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로 변경했다. 이와 더불어 스티브 영 김, 지유자오 등 바이낸스 출신 이사들도 대거 선임됐다.
고팍스가 바이낸스에 인수될 것이라는 설은 올 초부터 제기됐다. 스트리미는 이달 초 자사 암호화폐 서비스 '고파이'의 원리금 지급 중단 사태로 인한 투자 피해자 보상금 마련을 위해 바이낸스 산업기금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최근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코인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으로 우리는 6개월 전부터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8월 부산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트리미 측은 앞서 이준행 대표가 등기부등본상 대표직을 사임할 때 "회사의 경영은 여전히 이준행 대표가 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상 이사진이 바이낸스 출신인 만큼 경영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이사. 사진=바이낸스 공식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이사. 사진=바이낸스 공식 유튜브

바이낸스는 중국계 캐나다인 자오창펑이 지난 2017년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동명의 거래소 '바이낸스'의 19일 기준 24시간 거래량은 약 3조원으로 세계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같은 기간 기록한 4336억원 대비 7배에 가까운 수치다.

거래소 사업 외에도 자체 블록체인 '바이낸스 체인'을 필두로 B2B(기업 간 비즈니스) 기술, 인프라 관련 솔루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사 넷마블이 바이낸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위메이드는 위믹스(WEMIX)의 커스터디(자산 위탁)를 바이낸스 커스터디 서비스에 맡기고 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19년 이미 한 차례 한국 진출을 시도했다. 당시 지사를 설립하고 이른바 '바이낸스KR(코리아)' 서비스에 나섰으나,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등 규제 준수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2020년 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팍스가 바이낸스에 인수된다 해도 특금법의 특성상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현행 특금법상 바이낸스가 고팍스의 오더북(매매장부)을 공유받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국내 사업장 소재지와 연락처,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적과 성명 등 신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해외 대형 거래소 업체들이 그렇듯 바이낸스 역시 본사 소재지가 불투명해 당국의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낸스 거래소만의 차별점인 선물거래 등 금융 파생상품 역시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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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시장 변화와는 별개로 국내 거래소들은 바이낸스의 대두를 위협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팍스가 소속된 5대 거래소 연합체 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최근 코인원이 위믹스를 단독으로 재상장하기로 결정한 일이 더해져 'DAXA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DAXA 소속 거래소 중 위믹스를 상장하지 않은 고팍스를 제외한 4개사는 지난해 12월 8일, 당초 위메이드가 업비트에 제출한 계획서 대비 위믹스가 초과 유통됐다는 이유로 일제히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다. 그러나 이달 16일, 4개사 중 유일하게 코인원이 위메이드와의 합의를 통해 위믹스 거래 지원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측은 이에 관해 "상폐된 코인의 재상장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은 SNS를 통해 "감독 당국이 사업자 단체의 정책에 비공식적 입장을 내놓았다"며 "당국이 DAXA 자율 규제를 방패 삼아 시장을 방관, 막후 조종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바이낸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규제 당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에 대해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부산시와 파트너십을 맺은 바이낸스가 정작 전북은행 파트너사 고팍스를 인수하려는 행보를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 역시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팍스의 경영 위기, 고파이 투자 피해자 문제 등은 금융당국에서도 골치 아파하던 문제"라며 "바이낸스가 투자금을 제공한 것은 일종의 '소방수' 역할을 맡음으로써 규제 당국과 관계를 개선, 규제의 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