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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의 절반 이상이 K-콘텐츠'…넷플릭스에 불어닥친 '제2의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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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의 절반 이상이 K-콘텐츠'…넷플릭스에 불어닥친 '제2의 한류'

'피지컬:100' 선두 '연애대전'·'일타스캔들' 강세…예능·드라마·영화까지 신드롬
대규모 투자·창작지원 외에 글로벌 네트워크 영향…창작자 보상은 여전히 논란

넷플릭스 '피지컬:100'은 2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제2의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사진은 '피지컬:100' 최종화 캡쳐.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 '피지컬:100'은 2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제2의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사진은 '피지컬:100' 최종화 캡쳐.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시작된 넷플릭스발 한류 콘텐츠 열풍이 다시 부활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특정 드라마 1편의 신드롬이 아닌 예능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TOP10 사이트에 따르면 13~19일 기준 비영어권 TV쇼 부문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10위권 내에 무려 6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1위는 4542만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한 '피지컬:100'이 이름을 올렸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인 '연애대전'이 2위로 뒤를 이었다. 종영을 앞둔 '일타스캔들'은 4위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 종영한 '철인왕후'와 '여신강림', '환혼: 빛과 그림자'가 각각 5, 7,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OTT 통합 정보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서는 21일 기준 '철인왕후'와 '피지컬:100', '여신강림', '일타스캔들'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플릭스패트롤은 영어 콘텐츠와 비영어 콘텐츠를 통합해 순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그동안 기를 펴지 못하던 영화 부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공개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넷플릭스 TOP10 기준 비영어권 영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플릭스패트롤에서는 통합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으며 말레이시아와 대만, 베트남 등에서는 1위에 올라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의 기세는 '오징어 게임' 이후 간혹 있어왔지만, 이처럼 차트 전체를 장악해버린 경우는 이례적이다. 2021년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높은 순위를 유지했고 지난해 1월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역대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성공이 있었고 이후에도 웰메이드 평가를 받은 작품이 종종 있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작품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한 '더 글로리'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과감한 투자로 콘텐츠 제작 수를 늘렸고 세계 190개국 동시 공개라는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9년 '킹덤'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횟수를 매년 늘려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테이크 원'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예능까지 대대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지고 있고 전 세계에서 광고요금제와 계정 공유 단속 등 수익성 강화에 집중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콘텐츠 투자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동시 공개방식을 고집하는 네트워크도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CP뿐 아니라 VOD 판권을 판매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성공을 거둔 '일타스캔들'이나 '환혼: 빛과 그림자', '낮과 밤', '재벌집 막내아들', '여신강림' 등은 모두 넷플릭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업고 해외 시장에 소개됐다. 특히 최근에는 종영한 지 오래된 드라마들이 역주행하는 일까지 생기면서 창작자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의 보상 방식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될 정도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있었지만, 창작자에게 돌아간 보상은 그 규모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창작자들의 주장이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지지 선언에서 "좋은 창작자가 많이 나오려면 이 직업이 먹고살 만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저작권료 보상은 산업 생태계 전체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작자들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들을 상대로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음악저작권료 OTT 징수요율 2.5%를 감안해 영상물 저작권료 요율을 2%대로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들에게 넷플릭스는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아니면 '킹덤'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간섭을 전혀 하지 않고 돈만 준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더 패뷸러스'를 만든 김정현 감독도 "연출이 원하는 작품의 목표와 방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고 현실적인 부분과 타협하는 게 있었는데 넷플릭스는 그런 게 없어 작품에 표현하고 싶은 것에 대해 제약 없이 잘했다"고 밝혔다.

한편 넷플릭스에 불어닥친 '제2의 한류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와 아시아권에서 돌풍을 일으킨 '더 글로리' 파트2가 3월 10일 공개를 앞두고 있고 김우빈, 송승헌 주연의 '택배기사'와 김희애, 문소리 주연의 '퀸메이커', '셀러브리티', '사냥개들' 등이 2분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