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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발 초거대 AI 열풍, 미래 '캐시카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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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발 초거대 AI 열풍, 미래 '캐시카우' 되나

제조·통신업계, 글로벌 고객사 확보 총력…정부, 초거대 AI 지원 확대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사진=연합뉴스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 사진=연합뉴스
'챗GPT'에서 시작된 초거대 AI 바람이 IT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차세대 인공지능이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챗GPT는 전 세계 IT업계의 판도를 바꾸며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로 자리 잡고 있다.
챗GPT의 기반이 되는 초거대 AI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지식재산권 5대 주요국에 출원된 초거대 AI 관련 특허가 지난 2011년 530건에서 2020년 28배인 1만484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 중 한국은 전체 11.3%(4785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해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자리하고 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213건(2.9%)의 특허를 출원해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등을 누르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초거대 AI 관련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와 파파고는 지난해 세계 주요 학회에 100여 건의 초거대 AI 관련 논문을 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글로벌 학회에 낸 논문도 20여 건에 이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챗GPT에 대항할 한국형 챗봇을 내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 한국형 챗GPT인 '서치GPT'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27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에서는 7월에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언어 기반 생성 AI인 'KoGPT'와 이미지 기반 '칼로'를 카카오 개발자 홈페이지인 카카오디벨로퍼스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전망이다.

또 초거대 AI의 기반이 되는 AI 반도체가 침체된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초거대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한 번에 학습할 수 있도록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고대역폭 초고속 메모리(HBM) 기술이 필요하다. 세계 HBM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에는 최근 주요 고객사인 엔디비아의 주문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디비아는 GPU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이다.

침체된 반도체 사업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그룹 회장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SK텔레콤이 참가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동행해 글로벌 AI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SK텔레콤은 MWC의 주요 화두를 AI로 잡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전시하고 있다. 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AI 챗봇 서비스,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천안과 온양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방문해 HBM과 웨이퍼레벨패키징(WLP) 공정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HBM에 연산 기능을 더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과 함께 통신사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7일 개막한 MWC에서 자사의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전시했다. '사피온'이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X330은 전작 X220 대비 4배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챗GPT의 글로벌 열풍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 칩.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챗GPT의 글로벌 열풍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 칩. 사진=SK하이닉스


이 밖에도 현재 NHN클라우드, SK텔레콤 NPU팜, SK하이닉스 스마트팩토리 등 대내외 레퍼런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또 '팬텀AI'와 자율주행 협업, 코난테크놀로지와 딥러닝 모델 협업 등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자사의 성장형 AI '에이닷(A.)'도 선보였다. 지난해 5월 출시한 '에이닷'은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에이닷은 기술 진화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통신사업자와 AI테크 기업들과 연합해 로컬 특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KT 역시 이번 MWC에서 자사의 초거대 AI '믿음'과 자회사 리벨리온의 AI반도체 제작기술을 소개했다. 리벨리온은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으로 KT가 지난해 300억원을 투자한 회사다. KT가 AI인프라 부문에 투자한 것은 2021년 AI 솔루션 전문 기업 모레에 이어 두 번째다.

KT는 리벨리온과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검증, 대용량 언어모델 협업 등 AI 반도체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T는 올해 GPU팜에 하이퍼스케일 AI컴퓨팅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할 계획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통해 올해 AI 산업에 712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계획은 챗GPT와 같은 생성 AI가 대상이 아닌 AI 산업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계획과 별도로 초거대 AI 기업의 글로벌 선도에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챗GPT는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보유한 디지털 역량을 극대화해 글로벌 초거대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