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환경부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전날 공개한 정부안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7억2천760만t) 대비 40% 감축'을 유지했다. 하지만, 산업계의 NDC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0월 NDC를 상향할 때 설정한 14.6%보다 3.1%P 줄었다.
산업계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만큼 NDC 달성에 필요한 감축량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리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을 더 활용해 충당한다. 외국 사업에 참여해 감축 실적을 국내로 가져오는 '국제감축'도 확대한다. 산업계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전히 도전적 목표'라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단체는 산업계 요구 때문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탄녹위가 정부안을 마련하며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공청회 하루 전에야 공개했다고 비난하면서 '밀실 행정'이라고도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탄소 감축 기본계획에 대한 여론 수렴 절차인 이날 공청회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공청회에 입장하는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을 둘러싸고 정부안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 위원장이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현 정부 임기 내 탄소감축 책임져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6개 환경단체는 공청회에 앞서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두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계의 감축량을 줄인 것은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면서 "산업 부문 감축 몫은 낡은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국외 감축으로 떠넘겨졌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제 정부안을 내놓은 것으로 국민의 뜻이 함께하는 안이 도출되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온실가스배출량이 잠정치 기준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한 것으로 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쉽게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산업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2%를 배출한다"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들을 문 닫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일 수 있으나 그게 정말 국민의 뜻이겠냐"라고 했다.
토론에서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정부안이) 현실적인 안"이라면서 "에너지(전환) 부문 감축량이 400만t 정도 늘어나고 산업 부문이 줄었는데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 부문은 앞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도약해야 하는 상황이고 에너지 부문은 상대적으로 (현재) 감축 기술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지나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안에 제시된) CCUS 기술 향상 목표는 도전적이고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라면서 "(NDC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CCUS 기술) 불확실성을 조금이라고 상쇄할 강력한 정책적 수단이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제감축과 관련해 하상선 에코아이 이사는 "국내에서는 저렴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했는데 개발도상국에 나가면 아직 기회가 있다"라면서 "(정부안에서 제시된 국제감축을 통한 탄소 흡수량인) 3750만t이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탄녹위와 환경부는 오는 24일과 27일 청년단체와 시민단체 대상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 이후에는 탄녹위와 국무회의 정부안 심의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확정된 최종안은 4월 중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