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콘텐츠 업계…숙원 과제도 '산더미'

넷플릭스와 국내 주요 통신사들이 콘텐츠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4조원 가까운 돈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자금 투자를 넘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제작비 급증에 대응하고 우수한 IP 확보와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으로는 △OTT와 크리에이터 분야의 미디어·콘텐츠 프로젝트나 지분에 투자하는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와 △메타버스·확장현실(XR)·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하는 미디어·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 콘텐츠 펀드의 조성을 추진한다. 펀드 규모는 도합 1000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여기에 기업은행과 협력해 우수 미디어 스타트업에 향후 3년간 100억원을 투자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을 과기정통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 대출·보증과 관련해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협력해 올해 약 7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제공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작 역량 및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기업들을 추천하고 정책금융기관은 추천 기업 가운데 상환 가능성 등 여신심사를 통해 우대조건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콘텐츠 공동 수급 브랜드 '아이픽'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에 나선다. 해당 콘텐츠는 IPTV뿐 아니라 국내 OTT에도 제공될 예정이다.

여기에 통신 3사가 출자한 KIF 펀드(Korea IT Fund)의 주요 투자 분야에 디지털 미디어·콘텐츠를 포함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KIF 펀드는 올해 약 440억원 규모로 조성돼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투자 외에도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국제 콘텐츠 마켓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OTT 시장에서 한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간 한국 시장에 25억 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는 기존 투자 규모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특히 기존의 콘텐츠 제작 투자뿐 아니라 특수효과(VFX), 특수분장(SFX), 후반 작업, 제작 재무, 현장 지원 등 콘텐츠 제작 전반으로 투자를 확대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넷플릭스의 VFX 자회사인 아이라인 스튜디오는 지난해 11월 서울에 특수효과 영상 스튜디오를 세우고 5년간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업계에서는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국내 OTT나 콘텐츠 제작사, 창작자 모두 이번 자금 수혈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숙원 과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분쟁을 언급하며 "망 이용 대가가 들어와야 채널 사업자에게 지원되고 콘텐츠 사업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망 사용료 소송과 별개로 국회에서는 지난해부터 망 사용료 법제화 움직임을 보였으나 업계 간 의견이 대립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망 사용료 부과와 관련해 국내 통신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이 있지만, 반대로 OTT와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해외 진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회에서도 법제화를 앞두고 의견수렴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의 콘텐츠 투자도 유도하기로 한 가운데, 통신 3사는 망 사용료 확보를 통한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강국현 사장은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망 이용 대가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저작권료 배분에 대해서도 OTT와 창작자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가 국내 OTT사들을 상대로 음원 저작권 요율을 인상한 데 이어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역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보수를 요구하고 있다.

유정주(더불어민주당)·성일종(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으며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물을 만든 창작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이용호(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창작자가 실연자에게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창작자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도록 하는 취지이지만, 법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OTT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연간 영업손실이 1000억원대에 이르는 OTT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OTT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OTT는 배급사로부터 작품을 구매하는 만큼 창작자에 대한 보상은 제작사와 가려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또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제재 강화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 3월 '누누티비'의 서비스 종료에 이어 최근 '누누티비2'가 등장했지만, 과기정통부의 강도 높은 단속 의지에 하루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언제라도 새로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더 진화한 형태로 등장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누누티비'의 서비스 종료 이후 티빙과 웨이브의 가입자가 100만 명가량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OTT 업계 활성화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OTT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작품을 공급하는 제작사에까지 피해를 준다. OTT에 대한 가입자 감소로 투자가 위축되고 서비스 규모가 축소된다면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OTT 플랫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제작사와 이용자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일"이라며 "단속 강화뿐 아니라 아예 등장하지도 못할 정도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