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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리서치] HMM 인수전에 SM·하림 참전, 대기업들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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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리서치] HMM 인수전에 SM·하림 참전, 대기업들 나설까

동업자였던 우오현·김홍국 회장, HMM 인수 놓고 경쟁자로 변신
인수가만 최소 5조원대…높은 몸값에 주요 대기업들 무관심 대응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홍콩호가 광양항에서 국내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이미지 확대보기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홍콩호가 광양항에서 국내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몸값만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공개 매각에 나서기로 결정해서다.

하지만 매각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인수후보로 나선 곳이 2곳에 불과한 가운데, 높은 몸값과 영구채 처리 논란 등도 HMM 인수 참여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25일 해운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이 HMM 경영권 공동 매각 공고를 냈지만, 아직 주요 기업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20.69%와 19.96%의 HMM 지분을 보유 중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당초 HMM의 유력 인수후보로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을 포함해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을 주목해왔다. 그룹 내 주력계열사 중에 상사를 보유하고 있거나 물류전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HMM 인수 이후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돼서다.

그러나 25일 정오 기준 HMM 공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우오현 회장의 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과 김홍국 회장의 하림그룹 등 단 2곳이다. 이곳들 외에 다른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HMM 인수전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HMM 인수전에 참여한 SM그룹과 하림그룹의 관계를 주목했다. SM그룹의 창업주인 우오현 회장과 하림그룹을 세운 김홍국 회장은 1970년대 양계사업을 함께 했던 동업자였다. 이후 우 회장이 건설업에 진출하며 두 사람의 동업관계는 마무리됐다. 과거 동업자였던 두 창업자가 HMM을 놓고 경쟁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SM그룹과 하림그룹은 모두 HMM처럼 법정관리 혹은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해운업계에 진출했다. SM그룹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진해운의 미주·아주 노선을 인수해 SM해운을 설립했으며, 하림그룹 역시 과거 STX그룹 산하 해운선사였던 STX팬오션을 인수해 현재 팬오션을 운영 중이다. HMM이 옛 현대상선이란 점을 감안하면 법정관리 기업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했던 중견그룹들이 HMM 인수전에서도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과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왼쪽)과 우오현 SM그룹 회장. 사진=각 사

문제는 SM그룹과 하림그룹이 HMM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금융권에서는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HMM 인수전에 주요 대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했지만, 정작 매각공고가 뜨자 오히려 외면받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포스코, LX, CJ 등 주요 대기업들이 HMM 인수에 소극적이거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HMM의 몸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HMM의 인수가격이 최소 5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각공고 이후 HMM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최저가인 1만7500원(5월 30일 종가기준)을 넘어 1만6000원 선 밑으로 내려간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HMM 인수에 따른 시너지는 기대되지만, 시너지 효과를 위해 주력사업도 아닌 분야에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게 올바른 투자 결정인지는 의문스럽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은 주력사업에 더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