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게임업계 관계자에게 게임사들이 AI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한 말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은 영국의 컴퓨터 공학 교수 알렉산더 셰프토 더글러스가 1952년 박사 학위 논문 저술을 위해 제작한 에드삭(EDSAC)판 '틱택토(삼목)'로 알려져 있는데, 이 게임에는 컴퓨터 내 AI와 맞붙는 기능이 포함됐다.
마인크래프트와 더불어 이른바 '3대 메타버스'로 불리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코퍼레이션 '로블록스' 역시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능을 도입했다. 중국의 텐센트는 한 술 더 떠 AI 음성 합성 기반 게임·e스포츠 해설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국내 게임업계 역시 AI와의 동행에 나섰다. 엔씨소프트(NC)는 2011년부터 태스크포스(TF) 형태로 AI 연구를 개시, 2016년 AI센터를 설립했다. NC와 더불어 게임업계 3N으로 꼽히는 넥슨과 넷마블은 각각 2017년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2018년 '넷마블 AI센터'를 설립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올 4월 게임 운영 솔루션 '게임스케일'을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게임 운영, 커뮤니티 운영, QA(품질 검증) 등 운영 일반과 비즈니스, 마케팅 등 수익화는 물론 보안까지 게임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사측은 게임스케일에서 특히 '보안 패키지'를 강조했다. 게임스케일의 보안 패키지 기술을 통해 넥슨은 지난해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출시 당시 단 3시간 만에 핵(불법 프로그램) 이용자를 탐지했다. 또 '메이플스토리M'에선 매크로를 이용해 재화를 생산하는 이른바 '작업장'에 전담 대응, 작업 달성 가능성을 69%에서 7%로 감소시켰다.
넷마블 AI센터는 크게 글로벌 데이터 기반 연구를 진행하는 '콜럼버스실'과 게임 개발 기술에 집중하는 '마젤란실'로 구분된다. 콜럼버스실의 데이터 분석 기능은 이용자 분석, 마케팅 등에 활용되고 있다. 마젤란실의 연구 성과는 게임 개발 효율화, 콘텐츠 기획 외에도 이른바 '메타휴먼(가상인간)'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
가상인간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통해 인간에 가깝게 구현된 캐릭터를 의미한다. 넷마블은 올 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4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MAVE:)'를 선보였다. 이후 AI 음성 합성 기술까지 결합해 모델, 연기자 없이 온전히 독립된 가상인간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넷마블 외에도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이 별도의 AI 조직을 통한 연구개발(R&D)를 진행하는 한 편 가상인간을 활용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승리의 여신: 니케'를 선보인 시프트업도 오픈AI에서 챗GPT 개발에 참여했던 김태훈 엔지니어를 영입해 AI랩을 신설했다.
올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콘텐츠산업포럼'에선 크래프톤 AI 조직 '딥러닝 서비스실'의 손윤선 버추얼 프렌드 팀장이 연사로 참여해 'AI 기술의 집약체, 게임이 만들고 있는 길'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AI를 활용한 음성 합성, 이미지 제작, 게임 내 NPC 구성 등의 사례를 공개한 손 팀장은 "이렇듯 AI와 함께 하는 것을 넘어 '축적적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는 AI 친구, '버추얼 프렌드'를 연구 중"며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 조언이나 훈수를 주고 받고, 나중에는 카카오톡 등 일상 속에서도 소통 가능한 AI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