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은 중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됐다. 중국은 러몬도 장관을 초청해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최소한으로 줄여보려고 한다. 러몬도 장관은 벤처기업인 출신으로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를 거쳐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상무장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누구보다 경제계를 잘 이해하고, 중국 측과도 말이 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중국 측 판단이다.
러몬도 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와 관련해 접점을 찾으면 바이든-시진핑 간 2차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주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몬도 장관이 친기업적이고 실용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상무장관으로서 국가 안보를 놓고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고 지적했다. NYT는 “러몬도 장관이 반도체 업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처 최종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잠정 규정을 발표했었고, 이를 보완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한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이 아닌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든 반도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사용했으면 수출할 때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했던 대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 1년 유예 조치를 이번에 다시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러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10월 기한인 유예 조치를 연장할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 TSMC가 중국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제 유예를 1년 허용했다. 현 유예 조치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러몬도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정부의 고위급 인사다. 미국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의 방중에 앞서 지난 21일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