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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성장한 생성형 AI, 결국 대기업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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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성장한 생성형 AI, 결국 대기업만 살아남는다

2023년 7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AI(인공지능)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7월 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 AI(인공지능)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는 한동안 잠잠했던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 시장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다.

시장이 커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기존 IT 선도기업들과 벤처캐피탈, 전문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생성형 AI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늘렸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해 온 MS는 올해 1월 100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업계를 놀래켰다.
하지만 챗GPT가 등장한지 슬슬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생성형 AI 시장과 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열기가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

◇거침없이 성장하던 생성형 AI 시장, 암초를 만나다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자 투자 금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미국 데이터 분석·리서치 기업 CB인사이츠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AI 분야 투자 규모는 1분기 대비 8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2분기 신규 투자 건수만 59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40% 이상이 미국 스타트업이다.

챗GPT의 오픈AI뿐 아니라 인플렉션 AI(Inflection AI), 코히어(Cohere), 앤트로픽(Anthropic) 등의 AI 스타트업이 1억 달러 이상의 ‘메가 라운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메가 라운드 투자 건수만 22건이다. 2분기 10억 달러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신규 유니콘도 18개나 탄생했다.

국내도 삼성SDS, LG, SKT, KT,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생성형 AI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관련 스타트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지난 4월 발간한 AI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은 지난 2020년 933개에서 2022년 1915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생성형 AI 스타트업들이 장밋빛 꽃길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8월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챗GPT 출시로 생성형 AI 붐이 촉발된 지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일부 스타트업은 사용자들의 관심이 줄면서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도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AI 이미지 생성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는 지난 4월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한 이후, 7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월간 방문 수가 감소했다. 지난 6월 9000만 달러(약 1980억 원)를 유치한 텍스트 기반 비디오 생성 서비스 신디시아(Synthesia)도 지난 6개월 동안 이용자 수가 정체 및 감소했다.

작가와 기업을 위한 생성형 AI 작성 도구 재스퍼(Jasper)는 지난해 가을 1억 2500만 달러(약 1660억 원)를 유치했지만, 최근 4개월 연속으로 사용자가 감소하면서 지난 7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8월 텍스트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출시한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는 벤처캐피탈(VC)로부터 1억1000만 달러를 유치했지만, 최근 최고경영자 에마드 무스타크(Emad Mostaque)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WSJ은 벤처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 생성형 AI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확신할 만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다수의 AI 스타트업이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기존 기술 업체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다수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갖춘 MS, 구글, 아마존 등 기술 선도 대기업 및 이들이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생성형 AI·데이터와 자본·데이터센터 모두 갖춘 대기업만 유리


생성형 AI 개발에 필수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구축하려면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구축한 AI 모델을 실시간으로 구동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고성능의 컴퓨팅 시스템과 서버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오픈AI도 MS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의 대부분을 챗GPT의 구동과 서비스 유지를 위한 클라우드 서버 요금으로 쓰고 있다. 데이터와 자금, 자체 데이터센터를 모두 갖춘 MS, 구글, 아마존 등의 직접 투자 지원을 받거나, 이들이 인수하지 않는 한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자력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MS, 구글, 아마존 등 대기업들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기존 AI 사업들의 투자를 늘리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MS는 자사의 검색엔진 빙과 오피스365 등에 오픈 AI의 LLM인 GPT-4를 도입했다. 구글은 오픈AI의 라이벌로 꼽히는 엔트로픽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챗GPT의 대항마로 ‘바드’를 출시했다. 아마존 역시 ‘베드록’이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며 생성형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반짝했던 생성형 AI 시장도 점차 대기업을 위시한 '강자' 기업들만 살아남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