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하면 경북 의성이 제일 유명하거든요. 대파도 원래는 전남 신안이 우리나라 최대 대파 산지예요. 그런데 저희가 창녕 마늘, 진도 대파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특산물을 알리는 계기가 됐죠. 저에게 이런 부분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만난 식재료 공급 총괄 하만기 SCM(Supply Chain Management) 이사에게 ‘한국의 맛’ 캠페인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맛 캠페인은 맥도날드 대표 ESG 활동이자 핵심 프로젝트다. 하만기 이사는 이 프로젝트의 숨은 조력자로, 전국팔도를 누비며 우수 농산물 확보에 팔을 걷은 인물이다.
지난 2021년 시작해 올해 3년 차를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ESG의 새 물결을 일으켰다.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순차 출시된 ‘창녕 갈릭 버거’, ‘보성녹돈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의 높은 인기에 원재료 사용이 늘어나며 농가에 보탬이 됐다. 이 가운데 창녕 갈릭 버거는 3년 연속 소비자 앞에 시즌 한정메뉴로 서며, 지역과 그 특산물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맥도날드가 상생을 위해 시작한 이 일은 소비자 성원에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출시된 메뉴의 판매량만 1000만개를 넘어섰을 정도다.
2017년 9월 맥도날드에 합류한 하 이사는 물류·공급망 관리(SCM)통으로 통한다. SCM은 국내외 식자재를 소싱해 매장에 공급해주는 업무를 말한다. 담당 업무 경력만 20년이다. 합류 전 하 이사는 디아지오 코리아에서도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맥도날드에 온 뒤로, 신규 공급업체 개발과 주요 제품 공급 안전성 확보에 주력했고 ‘한국의 맛’ 프로젝트에서는 지역 특산물 유통에 힘썼다.
관련 업무에 베테랑이던 그는 입사 초반에 불안정적이던 물류 공급망부터 개선했다. 하 이사는 “당시 신규 공급업체들을 개발하고 기존 공급업체와의 협력 유대관계를 강화해 매장에 식자재를 원활히 공급하는 게 가장 큰 업무 중 하나였다”며 “현재 물류 공급망은 많이 안정화됐고, 이는 개인적 성과라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는 1년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2021년 ‘창녕 갈릭 버거’가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20년부터 어떤 지역과 연계해 어떤 특산물로, 어떤 메뉴를 만들어갈지에 대해 유관부서와 끊임없이 논의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1년간의 노력’으로 풀이했다.
하 이사는 “한국의 맛 모든 프로젝트는 기획할 때마다 유관부서들과 모여 숱한 검토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그중에서도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테스트한다”며 “물론 제품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데 이를 1년 간 검토하고 어느 지역, 어느 특산물이 적합할지 기회를 본다”고 제품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미 연간 1만7148t에 달하는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맥도날드에서 이와 별개로 ‘지역 특산물’을 주인공으로 한 메뉴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미 맥도날드는 닭고기, 돼지고기, 양상추, 토마토, 계란에 이르기까지 전체 식재료의 60%를 국내산으로 사용 중이라 지역 특산물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에 특히 공을 들였다. 그는 “한국의 맛 프로젝트 일환으로 출시된 메뉴는 국내산 식재료가 부수적 재료가 아닌 지역명을 내세운 메인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메인 재료로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곧장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은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재배 시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전국 4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맥도날드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맞출 수 있는지도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다. 1년 365일 팔아 달라는 고객 요청에도 상시 메뉴로 전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협력업체들 사이에서조차 ‘까다롭다’고 소문난 내부 품질 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그는 “품질 관리 시스템(SQMS)이라고 해서 협력업체의 제조 과정, 시설 심지어는 제조업체 리더십 마인드까지 평가한다”며 “해당 평가는 내부에서 하는 게 아니라 제3자 기관을 통해 매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농가의 경우는 재배환경 등이 고려 대상이다.
배송 중 박스 청결 상태 등도 외부기관과 협조해 꼼꼼히 챙긴다. 품질 관리에 강한 자신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 이사는 “한국의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중 이렇게 철저하게 품질 관리하는 데는 없다”며 “이는 저희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고, 저희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자부했다.
소비자들이 찾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중간중간 소비자 평가도 거친다. 철두철미하게 이뤄지는 메뉴 개발 과정 속에서 하 이사는 제품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고 했다. “제품을 테스트 할수록 ‘이거 정말 맛있다, 히트 칠 수 있겠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맛이다’라는 생각들이 커졌다”고 되짚었다.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맥도날드와 손잡은 지역 특산물은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출시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가 그 단적인 예다. 맥도날드는 지난 7월 출시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통해 한 달 동안 약 50톤의 진도 대파를 수급했다. 하 이사는 “다른 식품 제조업체에서도 진도 대파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진도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며 “진도군은 대파 생산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저의 일에 보람과 기쁨이 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러한 지역 경제 활성화 공로로 맥도날드는 지난 8월 진도군수로부터 표창을 수상했다.
맥도날드도 전국 지자체로부터 ‘우리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맛 프로젝트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하 이사는 마냥 웃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에 오히려 어깨가 무거워져서다. 그는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지금 각 지자체나 협력업체에서 다양한 시도를 제안하고 있어 저희도 같이 해보고자 하는 의지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QSR 기업임에도 국내산 식재료 수급 확보에 진심을 쏟는 것도 흔치 않다는 점에서 맥도날드의 이같은 행보는 더욱 주목 받는다. 하 이사는 “맥도날드가 크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커뮤니티인 만큼 그 가치를 실현하기 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크고, 레스토랑 비즈니스 기업으로 식자재 품질도 중요한 가치라 국내산 재료 소싱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CM의 큰 사명이 좋은 식자재를 문제 없이 공급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해외에서 수입하기 보다 국내산 식재료를 쓰면 품질뿐 아니라 안정적 공급에도 도움이 본사 방침과 계절적 특성 등의 이유로 불가능한 일부 식재료를 제외한 모든 식재료를 로컬 소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 이사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글로벌 기후 위기에 따른 공급 불안정을 꼽았다. 그는 “온난화 현상 등으로 농작물 공급이 매년 힘들어 지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종자 등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저희의 과제이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