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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디지털 시장법 ‘게이트키퍼’ 발표…반발 기업 ‘줄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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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디지털 시장법 ‘게이트키퍼’ 발표…반발 기업 ‘줄소송’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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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6일(현지시간) 디지털 시장법(DMA)의 적용 대상인 ‘게이트키퍼’ 업체와 대상 서비스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선정되고 이들이 제공하는 22개의 핵심 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올랐다.

이번 게이트키퍼 지정은 그간 아무런 제약 없이 EU 역내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시장 지배력을 늘려가던 빅테크 기업들에게 제대로 ‘목줄’을 채우고, 필요시 EU가 대상 기업을 직접 제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DMA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사의 서비스를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고 △민감한 개인 데이터의 무단 수집을 방지하고 △타사 및 경쟁 서비스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모든 사업자가 같은 시장에 ‘공정’하게 참여하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건전한 기업 활동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그 속내는 외국 빅테크 기업들이 회원국 정부 차원에서 더는 손댈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한 견제 및 안전장치의 역할이 더 크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옥죄는 DMA가 반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기에는 징계 수준이 무시 못 할 정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DMA가 제시하는 규정을 위반한 게이트키퍼 기업에 전 세계 매출액의 10%에서 최대 2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EU 현지 사업체를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게이트키퍼 지정을 반대하는 기업 ‘줄소송’ 예고


로이터 등에 따르면 MS는 이미 이번 DMA와 게이트키퍼 지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규제 대상 서비스도 윈도(OS)와 링크드인 둘뿐이다. 대상에서 빠진 엣지 브라우저와 검색엔진 빙은 점유율이 낮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구글은 광고, 검색, 지도, 쇼핑, 구글 플레이, 안드로이드, 유튜브, 크롬 등 8개 서비스가 동시에 규제 대상에 올랐다. 플랫폼 개방과 상호 호환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지만, 자사의 주요 서비스 대부분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이 맞춤형 타겟 광고인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와 바이트댄스(틱톡)도 비상이 걸렸다. 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수집을 동의하지 않으면 광고 효과 감소로 인해 두 회사의 매출이 위협받을 수 있다. 메타는 이 문제 때문에 자사의 새로운 SNS ‘스레드’의 EU지역 서비스를 미루는 중이다.

애플은 iOS, 앱스토어, 사파리 브라우저 등 3가지 항목만 규제 대상이지만 이번 DMA의 최대 피해자다.

애플은 지금껏 폐쇄적·배타적 생태계와 그에 따른 차별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와 사용자들의 높은 충성도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DMA를 준수하려면 타사 앱이나 서비스를 아이폰에서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플페이 대신 삼성페이를 허용하고, 앱스토어 대신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지원하는 식이다. 또 사파리 브라우저도 따로 설치해야 하며, 앱 내 상품 구매 시에도 애플 인앱결제 외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 애플이 이를 쉽게 허용할 리가 없다.

아마존은 이번 게이트키퍼 지정에 앞서, 지난 8월 25일 EU가 가짜 뉴스와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시행한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조기 규제 대상으로 선정된 것부터 풀어야 할 숙제다.

EU의 게이트키퍼 선정에 따라 해당 6개 기업은 내년 3월까지 약 6개월 내로 규제 대상 서비스들을 EU의 주문에 맞춰 수정하고 변경해야 한다. 각 회사의 규모와 규제 대상인 22개 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촉박한 시간이다.

외신 및 업계 전문가들은 게이트키퍼 선정 기업들이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시간을 벌기 위해 대대적인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법률회사 제라딘 파트너스의 창설 파트너 데미안 제라딘은 폴리티코지를 통해 “애플과 구글 등은 EU의 새로운 규정에 굴복해야 하겠지만, 그들이 그럴 의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부분 전문가는 소송만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