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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의류 허브, 극한 기후로 650억 달러 손실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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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의류 허브, 극한 기후로 650억 달러 손실 직면

아시아 의류 허브가 극한 기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아시아 의류 허브가 극한 기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아시아 의류 허브가 극한 기후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기후조건이 더 나빠지고 있어 향후 그 피해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키스탄, 베트남 등 4개국은 전 세계 의류 수출의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 의류와 신발 공장에 1060만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의류 수출 수입은 약 1400억 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자산 운용 기업 슈로더(SDR.L)와 코넬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들 아시아 4개국 의류 수출 수입이 기후 변동으로 2030년까지 650억 달러나 감소할 수 있다고 13일(현지 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극심한 더위와 홍수가 의류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위로 인해 근로자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홍수로 인해 공장이 폐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우리의 대표적인 의류 산업이 진출해 있어 우리로서도 관련 내용에 촉각을 세우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기후로 의류 생산·유통에 필요한 인프라 및 노동자 건강·안전 우려


연구팀은 기후 적응 시나리오와 고열 및 홍수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기후 적응 시나리오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기후 변화가 발생하는 시나리오이고, 고열 및 홍수 시나리오는 현재보다 더 심각한 기후 변화가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기후 적응 시나리오에서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아시아 의류 산업은 현재의 수익과 일자리에서 각각 46.4%(650억 달러 상당)와 95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35도 이상인 날이 연간 20일 이상인 고열 및 홍수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손실이 68.6%(약 972억 달러)에 달하고, 일자리가 864만 개(약 80.7%)나 사라지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일자리 감소는 아시아의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근로자가 실업 상태에 빠질 것이며, 이는 가난과 불평등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아시아의 의류 산업은 전 세계 의류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수출 감소는 전 세계 의류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이들 4개국에서 의류 생산 기업들은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자연재해, 가뭄, 홍수, 열파 등으로 의류 생산 및 유통에 필요한 재료와 인프라에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의류 기업들, 아시아 의류 허브 진출 현황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파키스탄, 베트남은 한국 의류 기업의 주요 생산기지다. 이들 국가에는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삼성물산, 한섬, 코오롱FnC, 효성티앤씨 등 한국 의류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공장이 진출해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한국 의류 기업의 최대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다. 방글라데시 봉제·의류 산업이 성장하는 데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1978년 한국 대우와 진행한 합작 투자가 방글라데시 봉제·의류 산업 발전에 시초가 됐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250여 한국 투자기업 중에 봉제·의류 회사가 80%나 된다.

캄보디아에서도 한국 의류 기업 투자는 활발하다. 캄보디아 섬유산업은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다.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과거 캄보디아 전체 수출 물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한때 우리 의류 기업이 100여 개 진출했으나 현재 의류, 봉제 등 섬유 관련 업종 수는 40~50개가 사업을 운영 중이다.

파키스탄의 경우도 의류 기업 투자가 많은 편으로 한국 의류 기업들의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다. 한국 의류 기업들의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베트남은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섬유 의류 기업의 최대 투자국이다. 베트남 섬유 의류 투자액은 33억 4700만 달러로 섬유 의류 부문 전체 투자금액의 31% 비중을 차지하며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2019년 기준 총 464개 기업이 진출해 30년간 섬유·의류 분야 누적 투자 규모와 기업 개수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의류 산업의 해외기지가 대부분 이들 나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 결과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에 참여한 코넬 글로벌 노동 연구소 전무 이사인 제이슨 저드는 글로벌 의류 업계 공급업체와 구매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해당 기업들이 실제 일터에서 발생하는 열과 홍수의 피해나 영향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의류 업계가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온난화보다는 눈앞의 열과 홍수의 영향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기후 변화는 기업의 재무 성과와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요소다. 특히, 극한 기후, 물 부족, 해수면 상승과 같은 위험은 기업 자산, 운영, 공급망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기후 관련 물리적 위험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기업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고, 투자자들도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사를 진행한 슈로더는 글로벌 의류 업계가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공급망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글로벌 의류 업계는 공급망이 매우 복잡하며, 많은 기업들이 공급업체의 공장 위치와 운영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해 일터와 근로자에게 실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다양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 연구의 결과가 주는 메시지는 이들 국가에 진출해 있는 우리 의류 기업에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후 변동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