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로부터 2년여 기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의 부재가 더욱 커지는 듯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씽큐'가 서로 연동되며 이제 브랜드 상관 없이 스마트홈용 앱으로 모두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스마트싱스 앱으로 LG 휘센 에어컨을 작동하거나 트롬 세탁기를 동작시키고 LG 로봇청소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가전제품의 연결성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이 되면 6G(6세대) 통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차량, 로봇, 가전 등 5000억 개의 기기가 서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제어 편리성도 한층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이 발표한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3%, 애플이 34%, 기타 중국산 스마트폰이 3%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에서는 63%의 이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애 탑재된 스마트싱스 앱으로 가전제품을 조작하게 된다. LG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갤럭시 아니면 아이폰으로 조작해야 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7월 12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중·장기 사업전략 보고회'에서 가전 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해 LG전자 가전제품이 1억 대 판매된다.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전 세계 수억 대 가전제품이 모두 사업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1억 대의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삼성전자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령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컨트롤하는 LG 스마트 가전이 가구당 몇 대인지, 어떤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사용 패턴과 사용 환경, 심지어 주로 판매되는 제품 가격대/모델명까지도 삼성전자의 앱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스마트싱스 앱이 기본 탑재돼 있다.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LG전자의 업가전(UP가전)이거나 LG전자 가전 특화 기능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스마트싱스 앱으로도 LG전자 가전제품의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설치돼 있는 리모컨 앱을 두고 또 다른 리모컨 앱을 설치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당장 실적 개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향후에는 갤럭시의 AI 음성 비서 '빅스비'로 LG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체 스마트폰이 없는 LG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LG전자 가전제품 구매자의 사용 패턴을 삼성전자에게 제공하는 협력사로 전락할 수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