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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휘센 에어컨 켜줘!" 가전 통제권 흔들리는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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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휘센 에어컨 켜줘!" 가전 통제권 흔들리는 LG전자

가전 제어 핵심기기 공백 갈수록 커질 듯

모델이 LG전자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모습. LG전자는 2021년 무선사업부를 없애고 스마트폰 생산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그 때문에 스마트 가전의 제어를 갤럭시 등 타사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LG전자이미지 확대보기
모델이 LG전자 스마트폰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모습. LG전자는 2021년 무선사업부를 없애고 스마트폰 생산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그 때문에 스마트 가전의 제어를 갤럭시 등 타사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2021년 7월 말로 스마트폰 사업(MC본부)을 중단한 뒤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가전 매출은 늘고, 만성 적자 부서가 사라지면서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여 기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의 부재가 더욱 커지는 듯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와 '씽큐'가 서로 연동되며 이제 브랜드 상관 없이 스마트홈용 앱으로 모두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스마트싱스 앱으로 LG 휘센 에어컨을 작동하거나 트롬 세탁기를 동작시키고 LG 로봇청소기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가능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참여하는 스마트홈 플랫폼 협의체 HCA(홈 연결성 연합)의 호환 시스템인 '표준 1.0'이 상용화됐기 때문이다. 2022년 설립된 HCA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15개 회원사의 스마트홈 앱으로 다른 회원사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표준을 마련하고 연결성을 검증해왔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는 우선 9월 터키 가전 제조업체 베스텔과 파트너 브랜드인 샤프와 연동을 시작한다. LG전자도 베스텔과 가전 연동을 추진하는 등 HCA 협력사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가전제품의 연결성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이 되면 6G(6세대) 통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차량, 로봇, 가전 등 5000억 개의 기기가 서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제어 편리성도 한층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기를 제어하는 메인 컨트롤러는 여전히 스마트폰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가전제품은 사용 가능한 범주가 제한되지만 스마트폰은 이용자와 늘 함께한다. 게다가 기기 성능도 가장 뛰어나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는 IoT 기능이 아직 '주'가 아닌 '부' 기능이지만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기를 제어하는 것이 '주' 기능이다. 그 때문에 현실적으로 스마트싱스 앱과 씽큐 앱을 이용하려면 애플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스마트폰을 사용해야만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이 발표한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3%, 애플이 34%, 기타 중국산 스마트폰이 3%로 나타났다. 결국 국내에서는 63%의 이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애 탑재된 스마트싱스 앱으로 가전제품을 조작하게 된다. LG전자 가전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갤럭시 아니면 아이폰으로 조작해야 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7월 12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중·장기 사업전략 보고회'에서 가전 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해 LG전자 가전제품이 1억 대 판매된다. 스마트 기능이 탑재된 전 세계 수억 대 가전제품이 모두 사업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1억 대의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삼성전자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가령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컨트롤하는 LG 스마트 가전이 가구당 몇 대인지, 어떤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사용 패턴과 사용 환경, 심지어 주로 판매되는 제품 가격대/모델명까지도 삼성전자의 앱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스마트싱스 앱이 기본 탑재돼 있다. 지속적으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LG전자의 업가전(UP가전)이거나 LG전자 가전 특화 기능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스마트싱스 앱으로도 LG전자 가전제품의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굳이 설치돼 있는 리모컨 앱을 두고 또 다른 리모컨 앱을 설치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당장 실적 개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향후에는 갤럭시의 AI 음성 비서 '빅스비'로 LG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체 스마트폰이 없는 LG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LG전자 가전제품 구매자의 사용 패턴을 삼성전자에게 제공하는 협력사로 전락할 수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