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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철도 교통 이용확대 위한 투자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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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철도 교통 이용확대 위한 투자 늘려

영국 기차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기차역.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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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차역. 사진=로이터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EU는 철도보다 도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다. 이에 철도망은 감소하고 도로망은 확장됐다.

그러나, 기후 변동이 극심해지자 도로 투자 확대가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을 더 나쁘게 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철도 투자를 늘리고 도로 투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철도가 도로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철도 투자 줄이고 도로 투자 늘려

도시 밖 수백만 명이 대중교통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지역에서 직장에 출퇴근하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거나 기본 생활을 위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이 이동하는 도로는 철도보다 이동성이 뛰어나다. 도로는 철도보다 짧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목적지까지의 접근성이 좋다. 또한, 도로는 철도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이것이 그간 정부가 도로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지방 및 지역 철도망을 해체한 이유다.

EU 27개국,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은 1995~2020년 기간 동안 도로 인프라에 약 1조 5000억 유로를 지출했고, 철도에는 9300억 유로를 투자했다. 도로에 약 1.6배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독일 싱크탱크 부퍼탈 연구소와 T3 교통이 그린피스의 의뢰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 고속도로 길이는 1995년부터 2020년 사이에 60%, 즉 3만km 증가했다. 반면, 철도는 6.5%, 즉 1만5650km가 줄어들었고 2500개 이상 기차역이 폐쇄됐다.

철도 폐쇄는 대부분 독일(6706km), 폴란드(4660km), 프랑스(4125km)에서 발생했다. 다만, 이들 세 국가는 여전히 총 네트워크 길이가 가장 길며 영국과 스페인이 그 뒤를 따른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유럽은 철도보다 도로에 66% 더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기후 문제 이슈화 이후 2018~2021년까지 도로 확장 투자는 34%로 많이 줄었다.

탄소 배출에 대한 문제 제기와 투자의 변화


탄소 배출로 기상 변동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면서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차가 가장 친환경적 이동 수단 중 하나라는 것인데, 실제 자동차, 밴, 트럭은 유럽 운송 배출량의 72%를 차지하는 반면, 철도는 0.4%에 불과하다.

EU 연구에 따르면, 철도는 승객 1km당 14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도로는 10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철도가 도로보다 탄소 배출량을 약 7배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환경단체는 EU가 열차 노선 해체에 제동을 걸고, 사용이 중단된 선로를 다시 열고, 철도에 투자해야 하며, 기후를 파괴하고 공기를 오염시켜 사람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도로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린피스에서는 도로의 편익이 철도의 환경적 편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한다. 도로 확장이 교통 혼잡과 공기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단체는 국가별 지리적 특성이 달라 탄소 배출에서 일률적으로 비교하기가 쉽지는 않고, 산악 지역의 경우 철도가 도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지만, EU27개 회원국 대부분이 평야 지형을 가지고 있어, 철도가 도로보다 더 효율적인 운송 수단이라고 말한다.

철도의 환경에 대한 기여 인식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EU에서 철도 투자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철도에 총 10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기반 시설 투자 및 일자리 법안의 일환으로, 철도 프로그램을 크게 확장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철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철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철도와 도로 시스템 개발에 대해 약 5억774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30개 국가 중 아일랜드, 루마니아, 폴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그리스를 포함하는 15개 국가에서 도로 길이가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나머지 15개 국가에서는 철도가 늘어났다.

1995년 이후 벨기에,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위스 등 10개 국가에서 철도 네트워크 길이가 순 증가했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영국도 철도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철도 투자 증가가 가져올 변화


기후 변화와 대기 오염을 줄이고, 보다 지속 가능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 EU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도로에 대한 투자를 줄이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탄소 배출을 줄이고 교통의 편의성도 높이는 방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철도와 도로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철도와 도로를 연계하는 시스템 개발에 약 3억6800만 달러를, EU도 1667억64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EU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철도 등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한 달에 독일에서 운영되는 모든 지역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이츨랜드 티컷’을 52.39달러에 팔고 있다. 2023년 6월에 출시되어, 9월까지 약 300만 명이 구매했다. 이는 독일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헝가리,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폴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 정책을 도입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전기 및 공유 자전거, 킥보드, 전기 스쿠터 등을 연계하는 방안들이 검토 또는 시행되고 있다.

한편, 철도 이용 증가는 차량 소비 감소와 공유 차량 이용, EV 보급 확대와 함께 내연 차량 이용 감소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올 수 있고,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중국과 인도에서도 이런 변화를 뒤따르게 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