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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리뷰] "매운맛에 지친 속을 위해"…담백한 맛 앞세운 '닭육수 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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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씀리뷰] "매운맛에 지친 속을 위해"…담백한 맛 앞세운 '닭육수 쌀라면'

‘매운맛’ 대신 ‘담백함’ 선택…가루쌀 활용해 독특한 맛 구현
라면 특유 국물 냄새 적어 호불호 갈릴 듯…‘밀가루 맛’ 싫다면 추천

'맑은 닭육수 쌀라면'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의 제품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맑은 닭육수 쌀라면'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의 제품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
최근 국내 라면시장에서는 매운맛 경쟁이 한창입니다. 과거 매운 라면의 대명사였던 신라면은 이제 순한맛으로 여겨질 정도로 매운맛 라면이 범람하고 있죠.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요즘 화끈하게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소비자도 늘면서 매운 라면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맵게, 더 맵게만 나오는 신제품들이 썩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속된 말로 ‘맵찔이’라고도 불리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명의 ‘맵찔이’로서 어쩌다 매운 음식이라도 먹었다가는 다음날 내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요. ‘맵부심’이 유행이 된 시대에 매운맛 신제품을 구경만 하던 중,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반가운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바로 하림이 선보인 ‘닭육수 쌀라면’입니다. 이름 그대로 담백한 닭육수에 쌀을 함유한 면을 사용한 제품입니다. ‘맑은 닭육수 쌀라면(이하 맑은)’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이하 얼큰)’ 2종으로 출시됐는데, 이 중 맵지 않은 제품은 ‘맑은’ 쪽입니다. ‘얼큰’도 ‘매운맛’ 보다는 독특한 면과 육수를 부각시키는 편입니다. 사실 얼큰한 맛도 매운맛으로 봐야 하겠지만, 입안에 끔찍하게 매운맛을 선사하는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얼큰한 맛’ 정도는 이제 기본값으로 느껴지네요.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면에 쌀을, 그것도 ‘가루쌀’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정부에서 쌀 소비 문제 해결책으로 내세운 품종으로, 전분 구조가 밀과 비슷해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 시간과 비용 면에서 기존 쌀보다 강점이 있는 데다 밀가루보다 수분 흡수율이 높아 색다른 식감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현재 가루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개발중인데, 라면에서 관련 제품이 출시된 것은 처음입니다.
제품 구성은 일반 라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그란 면과 건더기 스프 외에 분말 대신 액상 스프를 사용했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띕니다. 오히려 특이했던 것은 ‘맑은’과 ‘얼큰’의 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었는데요. ‘맑은’에는 건면이, ‘얼큰’에는 유탕면이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얼큰’의 면이 좀 더 두꺼운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표고버섯, 청경채, 파 등의 건더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맑은’ 에는 달걀지단과 새우볼이, ‘얼큰’에는 홍고추 등이 추가된 것도 차이점입니다. 액상 스프도 ‘맑은’은 된장에 가까운 연한 갈색인 반면 ‘얼큰’은 이름 그대로 고추장에 가까운 빨간색입니다. 면이 더 두꺼운 ‘얼큰’이 조리시간이 오히려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눈여겨볼 점은 없었습니다. 조리방법도 일반 라면과 동일합니다.

'맑은 닭육수 쌀라면'(왼쪽)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을 조리한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맑은 닭육수 쌀라면'(왼쪽)과 '얼큰 닭육수 쌀라면'을 조리한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닭육수 쌀라면’을 끓이면서 라면 특유의 자극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는 점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라면을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에서부터 즐기는 사람이 많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겠지만, 옷 등에 냄새가 배는 것을 싫어한다면 장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조리를 완료한 ‘맑은’의 국물은 뿌옇고 옅은 갈색 모습으로 이름처럼 ‘닭육수’라는 느낌이 와닿게 합니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담백한 국물맛에 살짝 가미된 칼칼함이 시원한 맛을 한층 살려줬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면의 맛이었습니다. 보통 라면 면발에서 나는 ‘밀가루 냄새’나 ‘밀가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보니, 맛 자체는 소면을 삶은 국수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분명 꼬불꼬불한 면발에 라면의 식감에 가까운데도 색다른 맛이 느껴지니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끔씩 씹히는 새우볼 건더기는 먹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새우볼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과 식감 모두 나쁘지 않았습니다.

‘얼큰’은 ‘맑은’ 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라면에 가까웠습니다. 일반 라면보다는 자극적인 냄새가 덜 나고 국물도 좀 더 담백한 편이었습니다. 유탕면을 사용했는데도 느끼함 없는 국물에서는 ‘얼큰한 맛’의 정석과도 같은 얼얼함이 느껴집니다. 혓바닥을 찌르는듯한 화끈한 매운맛은 없지만, 대신 국물을 삼켜도 속까지 얼큰함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얼큰한 맛이 담백한 맛을 가리다보니 얼큰함을 제외하면 조금은 심심한 맛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맑은’ 쪽으로 더 손이 갈 것 같네요.

하림은 올해 내 ‘가루쌀’을 활용한 쌀라면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유기농 재료와 낮은 나트륨 함량의 ‘어린이 전용’ 라면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하림은 앞서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장인라면으로 국물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었지만 지금까지는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거뒀었는데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닭육수 쌀라면’이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