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과 EU가 철강이나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역사적인 합의에 이르면 향후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러나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타이 대표가 크게 실망하게 됐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국은 우선 EU와 합의를 거쳐 ‘청정 철강 생산 클럽’을 결성한 뒤 다른 나라들이 여기에 동참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이에 따라 중국처럼 탄소배출량이 많은 방식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국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EU 측과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해 회담한다. 이 회담에서는 중국 등에 대한 규제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미국은 2021년 10월 트럼프 정부 시절에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관세를 잠정 유예하기로 EU와 합의하고, 중국의 과잉 생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과 알루미늄 협정(GSSA)'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협정 체결을 위한 미국과 EU 간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 협상 시한은 이달 31일이고,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미국이 자동으로 고율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 EU는 이때 미국에 보복 조처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외국산 제품 유입을 막으려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이런 정책 노선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보조금 제공과 관세 부과 조처가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든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은 중국에 대한 규제 문제를 놓고도 엇갈린 태도를 보인다. 중국은 석탄 등을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고 있고,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측은 중국 정부가 철강 업체에 보조금을 제공해 값싼 철강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은 중국 등 비시장적 관행을 일삼는 국가들을 겨냥한 새로운 철강 관세 부과 방안에 EU가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EU는 미국과 달리 중국을 핵심 경제 파트너로 여기면서 중국에 대한 규제에 소극적이라고 NYT가 지적했다.
EU는 최근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이어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불공정 보조금 혜택'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보도했다. EU는 오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EU-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계획을 공식 발표한다.
반보조금 조사는 EU로 수입되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중국 당국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직권 조사 결과 중국산 철강이 받은 보조금 규모가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그에 따른 상계관세가 부과된다. 통상 반보조금 조사에는 약 13개월이 소요된다. EU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산 저가 철강과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전선에 EU도 동참하기로 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