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AI 연구에 주력해 온 중국이 특허 출원 부문에서 미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에 AI 특허를 2만 9853건 출원했다. 전년도 대비 20%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에 전년 대비 10% 감소한 1만 7000건을 출원했다. 중국이 이 기간에 미국보다 75.6%나 많은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유엔 산하 기관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중국은 지난 1년간 전 세계 'AI 애플리케이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과 한국은 합해서 1만 6700건을 제출해 2022년 상위권을 차지했다. AI 애플리케이션이란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AI 의료 진단 시스템, AI 음성 인식 시스템 등이다.
이 수치는 중국이 중국 기업과 기관이 칩 제조, 우주 탐사, 군사 과학 같은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첨단 기술 접근을 견제하려는 미국 조치에 대응해 기초 연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AI와 양자 컴퓨팅 분야에 투자 확대를 촉발했다.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 기술 우위를 따라잡기 위해 특허권에 대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허는 특정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중국이 특허권을 많이 보유할 경우 미국의 기술 제한에 대응하고,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아서다.
중국은 2017년부터 AI 신청 건수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당시 중국 기업은 AI 기술을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자동차 공유부터 온라인 쇼핑까지 다양한 알고리즘 사용을 가속화했다. 이런 중국의 AI 기술 경쟁력이 미·중 기술 경쟁의 양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중국의 AI 특허 출원 증가는 중국 정부의 기술 드라이브,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의 견제,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첨단 기술 분야의 육성을 추진해 왔다. 2030년까지 AI 핵심산업 규모를 약 1360억 달러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AI는 첨단 기술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긴장해 2018년부터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가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출구를 찾기 위해 AI 기술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중국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AI 특허 출원 증가는 중국 기업과 기관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AI는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중국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려고 한다.
바이두는 AI 기반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비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핀테크 등 다양한 사업에서, 텐센트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소셜미디어, 메신저 등 다양한 사업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바이두는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획기적인 생성 AI 챗봇인 챗GPT에 대한 중국어로 된 로컬 답변을 개발하려고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대기업과 바이촨, 지푸 같은 스타트업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경쟁은 생성형 AI 분야와 이미지 인식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비디오 등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미국이 선두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문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정부의 지원으로 앞서고 있다.
이미지 인식 분야는 이미지에서 특정 사물이나 사람을 식별하는 AI 기술로, 중국이 선두다. 중국의 센스타임이 가장 큰 기술 기업이다. 이 회사 기술은 중국의 CCTV 시스템에 사용되고 있다. 14억의 인구가 주는 데이터가 가장 큰 힘이 된다.
중국이 AI 특허에서 미국을 압도하는 데 반해 미국은 여전히 AI 기술 투자와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 선두를 달린다.
2023년 6월 중순까지 미국은 중국보다 266억 달러 이상의 AI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6월 중순까지 미국의 인공지능 벤처 거래 건수는 447건이고, 중국의 거래 건수는 280건이었다. 미국이 중국보다 167건 많다. 미국이 AI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금과 인재를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는 미국이 AI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더 성공적임을 암시한다.
다만, 중국의 AI 벤처 거래 건수도 2022년 6월 중순까지 200건이었던 것이 2023년 6월 중순에 280건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AI 벤처 투자 속도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최근 ‘실리콘 커넬’이라는 미국 매체는 세계 10대 AI 기업을 선정했다. 엔비디아와 알파벳, 세일즈포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타윌리오, 인텔,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등이다. 8개는 미국, 2개는 중국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연구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는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은 중국 AI 기술이 경제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중국의 기술 진전을 견제하는 다양한 조치를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AI 기술을 무인 전투 시스템, 드론, 사이버 공격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는 전제 아래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중국 수출 규제를 고강도로 하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하려면 첨단 칩이 필요한 데 이를 규제했다. 예를 들면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 수출을 막았다. 또한,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를 강력하게 제한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AI 기술 특허 확대, 자체적인 AI 칩 개발, 그림자 시장을 통한 첨단 AI 칩 우회 수입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특허권이 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AI 기술이 정치 불안이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탐구와 실험을 제한하는 점, 중국 정부의 검열로 막대한 데이터가 편향될 수 있어 AI 모델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미국보다 경쟁력이 앞서는 데 장애라고 말한다.
이들은 향후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경쟁이 더 과열되고, 갈등과 대립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