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소강 국면 속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내년 입주 물량 감소로 ‘연말 지나 상승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 때문에 연말까지 ‘하락 가능성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매매거래가 줄면서 아파트 매물도 점차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약 7만6785건(26일 기준)으로 석 달 전인 7월 말 6만8494건에 비해 12.1% 늘어났다.
이번 달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10월4주(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7% 오르며 23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 폭은 전주(0.09%)보다 줄었다.
특히 강북구는 이번 주 0.01% 떨어져 15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프롭테크 ‘아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이뤄진 서울의 아파트 하락거래 53건 중에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곳이 21곳이나 됐다.
고점 대비 30%이상 하락한 거래도 발생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입주 25년차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2년 전 최고가보다 31% 정도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3일 조사 기준 전주(88.7)보다 0.5% 내리면서 한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본격화되고 금리 상승 등으로 구매자들의 자금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하락 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매수 문의 자체가 뜸해졌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거래 성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연말 부동산 전망은 소강상태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연말지나 상승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과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고금리 여파로 추격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며 “시장 매물이 늘고 거래가 잘 안되는 현상이 내년 1~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뚜렷하던 정책 효과가 사라지고 고금리 여파로 내년 초까지 집값 조정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속도 조절, 금리 상승, 급매물 소진, 역전세난 등으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에 상승 기대심리도 있어 당분간 소강 국면 속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금리 때문에 올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이 상승 압력보다는 현재 수준이 유지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경제지표가 올 하반기 저점으로 예상돼, 내년 연초 이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상승 폭이 줄어들더라도 집값이 횡보하다 연말 지나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주담대 금리가 높아 실수요자들이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내년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횡보와 상승을 반복하다 연말을 지나면서 다시 본격적인 상승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상승 전망의 이유로는 금리 불확실성 해소, 내년 입주 물량 감소를 꼽았다.
남상인 글로벌이코노믹 선임기자 baunam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