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포의 기능 단위를 단순히 개수로만 정의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다수의 약물은 무게를 기준으로 용량을 표시하는 반면, 줄기세포의 경우 주로 세포 개수(핵의 개수)를 기준으로 용량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핵의 기능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투여된 세포가 모두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지 않는 한 이러한 용량 표시는 적절하지 않다.
화학 반응에서 사용되는 용량 측정이 무게가 아닌 몰농도(기능 단위 분자의 개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처럼, 세포의 경우에도 기능 단위가 핵의 개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포는 살아있고 변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크기도 다양하다. 크기에 비례하는 측분비 효과까지 고려하면 효과 예측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과학자들은 이를 간과하고 무게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마도 크기가 비교적 균일한 골수나 혈액 세포의 이식 연구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중간엽 줄기세포나 배양 과정에서 분화된 줄기세포 치료가 연구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배양 환경에 따라 세포의 크기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세포 투여량을 핵의 개수로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그램(㎍) 또는 세포 외 낭포(EVs·extracellular vesicles)로 나타내기도 했다.
부피와 무게는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물의 경우 1㏄의 부피가 항상 1g과 비례하므로 무게와 부피를 혼용해도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줄기세포도 1㏄가 약 1.03g의 무게에 해당하므로 부피와 무게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그림 1 참조).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파격적인 제안이나 잘못된 주장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주류를 이루었지만 현재는 시행되지 않는 치료법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고열을 치료하기 위해 혈액을 빼내는 치료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서 대뇌피질을 제거하는 수술은 현재는 권장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통해 면역 반응의 기전을 이해하거나 뇌 기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 글에서 언급된 미엘린 수초의 전자기 유도 이론은 획기적이었지만 입증 과정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 유도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강한 전자기장에서 신경 전달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이 이론은 기존의 나트륨-칼륨(Na-K) 채널 이론을 부정하거나 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는 새롭고 파격적인 이론일수록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주제를 소개하면서 아직 개발의 여정이 남아 있는 이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 특히, 세포 용량에서 부피를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이치이므로 실용화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부터 금화나 곡식의 양을 측정할 때는 무게를 사용해왔고, 별의 수를 계산할 때는 개수로 표현해왔다. 이처럼 특정 대상의 계수에는 가장 측정하기 용이한 단위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세포의 개수는 현미경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배양된 줄기세포의 총 부피를 측정하는 것이 개수를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지방조직 분해 후 침전된 층(SVF)이나 혈액 중의 줄기세포 비율을 계산할 때는 현미경적 관찰을 통한 추론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최 세포 치료제들은 일반적으로 배양, 세척, 원심분리 과정을 거친다. 원심분리된 세포 펠렛의 부피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한 번 정착된 방식의 변화가 쉽지 않은 것인지 세포 개수를 중심으로 한 방법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 중에서는 무게와 개수를 동시에 기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이러한 과학적 진보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필자 역시 부피와 개수를 동시에 기록하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의 연구 경향을 보면 이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세포 외 낭포나 엑소좀과 같은 연구 분야는 보다 정밀한 과학적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미세한 낭포들은 다양한 측정 방법을 통해 품질과 예측 가능한 효과를 추정해 과학적 정확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화학자들이 원자의 개수를 세거나 천문학자들이 천체의 무게를 측정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연구들 모두는 보다 정확한 효과의 계산과 이해를 추구하는 과학적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제 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정확한 효과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총 무게나 여러가지 성분의 총량을 고려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피가 효과에 미치는 영향은 효과 예측을 위해서 용량을 부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엑소좀이나 세포 외 낭포에 대한 연구에서는 세포질에서 유래하는 낭포들이 유의한 효과를 보이고 이러한 낭포의 용량은 세포의 부피와 비례한다. 그러나 엑소좀 연구자들은 엄격히 조절된 환경에서 스스로 분비한 엑소좀이 아닐 경우, 낭포의 막 구조가 세포막과 유사하지 않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물질 교환이나 세포 내로의 효과적인 침투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세포질의 부피를 단순히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정확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엑소좀의 정량적 분석에 있어서는 엑소좀의 개체 수를 계산하고 단백질과 같은 기능성 물질들의 낭포 내 함입률을 측정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일반적으로는 단순히 단백질을 대상으로 입자 수와 함입 정도를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그림 2 참조). 배양액에서 추출되는 엑소좀은 배양액 내에서 각각 떨어져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입자 카운터를 사용하면 개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엑소좀 내 단백질의 총량이나 낭포막 구성 성분의 총량 역시 계산 가능하다. 만약 입자의 개수와 막 성분인 인지질의 총량이 비슷한 수준에서 입자 수만 높게 측정된 경우, 이는 기능성 물질의 낭포 내 함입률이 낮다고 간주한다. 이는 낭포에 함입되지 않은 기능성 성분들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다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낭포를 형성하지 않은 DNA, RNA, 또는 기타 유전 물질, 성장 인자도 세포에 여전히 유효함이 알려져 있지만, 엑소좀 낭포에 기능성 물질이 함입되는 것이 실제로 세포에 미치는 실제 효과를 얼마나 증대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를 볼 수 없어 이에 대한 판단은 불분명하다. 최신 논문들을 검토하면 관련 보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기회가 없어 판단은 유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세포질은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세포의 양이 많을수록 효과가 좋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의 질환에 따른 투여 방식을 고려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동일한 양의 기능성 성분이라면 엑소좀과 같이 기능성 낭포에 잘 함입되어 있는 것이 더욱 좋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세포 핵의 총 개수만으로는 효과의 정도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는 세포의 총 부피(무게)와 핵의 총 개수를 함께 기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