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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곳곳 암초… 노조까지 반대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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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곳곳 암초… 노조까지 반대 ‘복병’

동원, 하림, LX그룹 중견기업 3사 경쟁 치열
노조 "3곳 모두 자기자본조달능력 턱없이 부족"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와 HMM해운연합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규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와 HMM해운연합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규미 기자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의 본입찰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입찰 후보로 나선 중견기업들에 대한 인수 적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수 후보 기업 중 동원·하림 두 그룹은 회장까지 나서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으나 HMM 노조는 이번 매각은 반드시 유찰되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9일 산업은행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 인수를 희망하는 동원·하림·LX그룹은 지난 8일 두 달여 실사 작업을 마쳤다. 본입찰은 2주 후인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해양수산부는 HMM 민영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올해 3월부터는 산업은행이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절차에 착수했다.

HMM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특수에 힘입어 세계 8위의 글로벌 선사로 성장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재정건전성 확보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룩했다는 평가다. 그사이 매각가도 최대 7조원에 이를 만큼 몸집이 커졌다.
이러한 HMM을 품기 위해 동원·하림·LX그룹 중견기업 3사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중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직접 나서 HMM 인수 의지를 확고히 한 바 있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림은 팬오션이 보유했던 한진칼 지분 5.8%를 매각해 1628억원을 확보했고 이와 더불어 팬오션의 선박 매각,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와의 프로젝트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은 동원F&B 빌딩과 대주주 지분매각 등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에는 자회사 스타키스트 기업공개(IPO)를 통해 6000억원의 자금 마련에 나선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동원산업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LX그룹은 두 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높은 만큼 본입찰 참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입찰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인수후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HMM 노조는 이들 기업으로의 매각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와 HMM해운연합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HMM 노조는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중견기업 3사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기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장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수예비기업 리스트 3곳은 자기자본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막대한 외부 자금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사모펀드 등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오직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HMM의 매각가는 경영 프리미엄까지 더해 최소 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인수후보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50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에 형성돼 있어 매각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수후보 기업을 둘러싸고 자격 논란이 불거지며 유찰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그는 “또한 해운업 투자와 무관한 인수기업의 다른 투자사업에 14조원에 이르는 HMM 유보자금이 유용되는 부실 경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민의 혈세로 재건한 HMM의 민영화 절차에 대해 이미 예정된 부실을 불러오는 졸속 매각이므로 노조는 이를 묵과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매각은 반드시 유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장은 “수출입 의존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국적선사를 중심으로 하는 해운업의 발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HMM에 유보된 자본을 약탈하려는 그 어떤 자본의 개입도 거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정부는 HMM 매각과정에 있어 대한민국 해운업 발전의 기초를 바로 세운다는 비전으로 이번 매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HMM 노조는 산은의 영구채 처분에 따른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지난 10월 25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중도상환을 청구한 HMM 영구채 1조원에 대해 주식전환을 결정하고 추가 2억 주의 신주를 받아 매각대상 지분율을 40%에서 58%로 대폭 확대했다.

이 결정에 대해 노조 관계자들은 이러한 주식물량의 증대는 투자심리 불안 및 과도한 공매도를 촉발시켜 주가하락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보유 중인 정부지분 자산에 대한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배임에 해당하는 처분이 될 수 있으며 채권 회수를 포기해 공적자금 회수의 본질적 가치에도 심각한 손상을 끼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기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장은 “이번 결정 이후에도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1조7000억원 규모)를 여전히 보유하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매각 이후에도 정부는 새로운 지분 32.8%(2025년 말 기준)를 소유하게 되어 민영화의 본질이 크게 훼손된다”며 “도대체 HMM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지배구조 기본 계획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결국 정부는 매각 이후에도 대주주로서 HMM의 경영에 간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 등 매각 측은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엔 기업결합 신고를 완료해 매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