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과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일선에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해온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조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연 20% 금리로 대출을 내줘도 손해여서 저신용자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향후 당국은 관계부처와 협력해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을 직접 찾아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처단하고 이들의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박탈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과 법 개정과 양형기준 상향 등 사실상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한 건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질책 차원에서 금감원을 방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 방문 배경엔 연 20%로 낮아진 최고금리에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중단하는 등 취약계층이 제도권 대출을 받기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불법 사금융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정부가 불법 사금융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고금리·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쳐 불법 사금융을 찾는 취약계층이 늘고 이에 따라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 행정력만으로 대처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이자 소액대출을 도와주는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도 "문재인 정부에서도 불법 사금융 근절방안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면서 "서민들이 단돈 몇만원 구하지 못해서 불법 사금융을 찾는 것인데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법정 최고금리 상향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고금리로 금융기관들의 조달비용이 오르는 반면 법으로 정해진 대출금리(20%)는 더 올릴 수 없어 서민 대출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을 취급 중인 저축은행은 25개로, 1년 전(29개)보다 4개가 줄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으로 금리 상한을 정해두면 해당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돈을 구하지 못하게 되고 돈을 구하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금융권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상향해야 자금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