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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500점 이하 카드론 막혀… 저신용자 "대출받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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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500점 이하 카드론 막혀… 저신용자 "대출받을 곳이 없다"

카드론 최고금리 19.90%… 법정최고금리에 근접

여전채 금리의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자 카드사들이 일제히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취급을 막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여전채 금리의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자 카드사들이 일제히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취급을 막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용점수 500점 이하 취약층에 카드론을 내준 회사는 KB국민카드 한 곳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 금리가 19.90%로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이어서 저신용자들 대출이 막히고 있다.
이는 카드사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최근 저신용자 대상 카드론 취급을 조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11월 기준 신용점수 401~500점 이하 회원에게 카드론을 내준 회사는 KB국민카드 한 곳 밖에 없다. 이들에게 카드론을 내주고는 있지만 금리가 19.90%로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달의 경우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BC) 중에서 401~500점 이하에게 카드론을 취급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일부 카드사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구간 회원들에게도 카드론을 내줬으나 10월부터는 이마저도 막혔다.

501~600점 이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카드론 금리도 평균 18%에 높게 형성돼 있다. 11월 기준 해당 구간 카드론 금리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BC카드(19.70%)였다.

그 다음으로는 신한카드(19.07%), KB국민카드(18.99%), 삼성카드(18.32%), 현대카드(16.65%), 롯데카드(15.47%) 순으로 금리가 높았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지난달까지만 해도 501~600점 이하 회원들에게 카드론을 취급했으나 이번달에는 아예 내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카드론 대출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은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으로 시장 금리가 오른데다 은행채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여전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여전채를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4.474%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6%대에 육박했던 여전채 금리는 올해 초 3%까지 내려왔으나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달 말에는 올해 처음으로 5%를 넘긴 바 있다. 소폭 내려온 현재 또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2배 가량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최근 위험수위인 2%에 다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여파와 리스크 관리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 위주로 대출 대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여전채 금리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로 은행채가 시장에 대거 공급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여전채 수요 감소는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며 이에 따른 영향으로 카드론을 비롯한 대출 상품의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히면서 저신용자가 대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급전 조달 창구인 카드론이 막히면서 저신용자들은 고금리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PF 투자심리 악화로 인해 여전채가 재차 상승중에 있다"며 "여전채 금리는 카드사 대출상품 금리에 2~3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서비스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차주들의 상환 여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