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독일 생명보험사들은 작년 2분기 솔벤시Ⅱ 도입 이래 최초로 모든 보험회사가 경과 조치 없이 감독 당국의 요구자본을 충족시켰다. 회계 변경 과정에서 기준을 못 맞추는 보험사를 위해 실시한 ‘경과 조치’도 필요 없게 됐다.
변화한 제도에 따라 유럽 보험사들은 보유 주식에 대한 위험 부담금을 최대 40%까지 마련해야 했다. 지난 2017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법인인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을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에 매각한 것도 솔벤시Ⅱ로 인한 자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고금리 보험계약을 많이 보유한 알리안츠생명을 계속 자회사로 둘 경우 부채 시가평가로 인해 그룹 전체의 건전성에 부담이었다.
반면 솔벤시Ⅱ를 벤치마킹한 우리나라 IFRS17과 지급능력비율(K-ICS·킥스)은 올해 내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당장 1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보험업계에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달라진 기준을 적용하면 보험사 실적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요 보험사들이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3분기부터 적용했지만, 실적과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발생한 보험금 차이인 ‘예실차’를 활용해 일부 보험사에서 순이익이 좋아 보이는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지나친 보수적 가정으로 예실차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 중국도 회계제도 변경 이후 보험사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에서는 작년 1분기부터 ‘2세대 지급여력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오는 2025년부터는 전면 시행으로 확대된다. 투자 부동산을 시장가격 대신 취득원가로 반영하고, 예상이익잉여금을 잔여 만기에 따라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해 1분기 말 중국 보험사의 종합지급여력비율(190.3%)과 핵심지급여력비율(125.7%)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9%p, 24.3%p 급락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