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현대 공산주의를 세계 질서의 표준으로 삼겠다던 시진핑의 야망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시진핑 주석은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였다. 중국 경기는 침체됐고, 부동산 문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초 일시적인 호조를 제외하면 올해 중국 경제는 거의 모든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0월 통계는 그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로 9월 50.2보다 하락했다. 이는 호조를 보였던 지난해 2월 52.6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에 국내외 신규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표도 포착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기 침체에 기인한 유럽중앙은행(ECB)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고금리 정책 영향도 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주문 감소도 한 원인이다.
해외는 자유 진영 정부와 산업계가 중국의 친기업 정책 후퇴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며 투자와 무역을 줄이고 있고, 국내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지극히 수출주도형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 해외 수주 감소로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되면서 중국 민간기업엔 생산 확장을 망설이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장기간에 걸친 정부의 코로나 봉쇄 정책이 가져온 시장 불확실성과 시진핑의 민간기업에 대한 반기업적 정책이 겹쳐지면서 중국 경제는 여전히 회생이 늦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과 무역은 2023년에 회복세로 돌아왔지만 당초 기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3년 회복세는 2022년에 무역이 크게 감소했던 기저효과의 착시일 뿐 큰 폭의 회생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고품질 사회로의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반도체, 재생에너지, 전기차(EV), 배터리 등에 천문학적 신규 투자를 집행하는 것도 문제를 키운다. 세계 시장을 공략했지만, 미국이나 EU와 공급망이 분리되면서 수출과 무역이 감소해 공급 과잉으로 출혈경쟁을 불렀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내수시장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전략도 공허하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내수는 약 1억 명의 중산층(30%)이 소비를 떠받치고 있는데, 이들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로 소비를 줄이고, 온라인 소비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내수가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자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청년층은 물론 저숙련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신규 투자도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저숙련 근로자들의 생계 개선과 일자리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헝다(에버그란데)와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파산이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업계가 채무불이행으로 금융손실이 발생해 금융시스템이 지원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신축 주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조사회사인 CRIC에 따르면 10월 판매액은 약 556억 달러로 여전히 전년 동월보다 약 30% 밑돌고, 코로나 유행 전의 고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부동산 가치의 하락으로 가계의 여유가 사라지면서 중국 소비자는 소비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중국 정부는 최근에 경제성장을 촉구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늦은 감이 있고, 시장의 불안을 달랠 정도로 충분하지도 않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해 개인과 기업 양자에 의한 차입이나 지출 증가를 촉구하지만, 지금까지 성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를 자극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도 시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 8월 말 발생한 기록적인 홍수 피해를 입은 중국 중부와 남부 지역에 약 1400억 달러를 풀어 피해 복구에 나섰다. 파괴된 주택, 도로, 교량, 공공시설 등의 재건을 위한 것이지만, 경제를 자극하고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도 자금으로 중국 경제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계속된다.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동산을 비롯한 산적한 문제 때문에 이를 과감하게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시진핑이 처음 국가주석에 올랐을 때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현재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 경제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여전히 미국을 위협할 국가로 남아있지만, 앞으로 중국에 순풍이 불지 않는다면 시진핑의 야망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