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흔들리는 대부협회②] 회원사 연일 문 닫는데… 회비 받는 협회는 방만경영 '펑펑'

글로벌이코노믹

금융

공유
3

[흔들리는 대부협회②] 회원사 연일 문 닫는데… 회비 받는 협회는 방만경영 '펑펑'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붐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붐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경기 악화와 고금리로 대부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한데 회원사 회비로 운영되는 한국대부금융협회(대부협회)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연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임승보 대부협회 회장은 매년 외유성 임원 해외 워크숍으로 수천만원의 비용을 쓰는 등 회원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임 회장은 1억원 상당의 제네시스 G90으로 법인 차량을 바꾸고 고가의 풋레스트를 두 차례에 걸쳐 설치하는 등 방만한 업무추진비 지출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대부협회에 따르면 임승보 회장, 이재선 전무이사 등 대부협회 임원들 10여명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괌 해외 임원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번 해외 임원 워크숍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임 회장의 후계 구도를 위한 포석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3연임 과정에서 '셀프연임'으로 논란이 된 임 회장이 4연임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협회 2인자로 통하는 이재선 전무를 회장으로 올리는 방안도 모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대부협회 측은 이러한 따가운 눈초리에 대해 "매년 진행해온 행사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임 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부협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으로 외유가 힘들었던 몇 해만 제외하고는 매년 고비용을 들여 해외 임원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임 회장이 취임한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로 임원 워크숍을 갈 수 없게 되자 취소수수료 400여만원을 납부하고 결국 취소했다. 하지만 2016년 해외 임원 워크숍에 약 2300만원을 썼으며, 2017년 일본에서 임원 워크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호텔도 1인 1실로 바꾸면서 약 5300만원의 막대한 비용을 썼다. 이후 2019년까지 매년 평균 6000여만원의 비용을 들여 약 10명의 임원이 해외 워크숍을 빼놓지 않고 다녀왔다. 5일가량의 짧은 일정에 임원 1명당 600만원 가량의 예산을 매년 쓴 셈이다.

코로나도 대부협회의 임원 워크숍을 막지는 못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2020년 수원 컨트리클럽에서 임원 워크숍을 약 1500여만원을 들여 진행했다.

대부협회 측의 주장대로 이번 해외 워크숍이 임 회장의 후계 구도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매년 소수의 임원들이 외유를 즐긴 것은 과도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중단했던 전 직원 대상 해외 워크숍도 재개했다. 대부협회는 지난 6월 초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대만에서 3일 일정의 해외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의 일정은 주로 식사, 주요 관광지 방문 등이 포함됐으며 소요된 예산은 1인당 100만원, 총 3000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부업계가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의 씀씀이가 줄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탓에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문을 닫고 있다. 조달비용이 늘면 대출금리를 높여 수익성을 유지하면 되지만 낮은 수준의 법정 최고금리(연 20%)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 수는 1만8000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8000개로 반토막 났다. 올해도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대부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임 회장의 개인 편의를 위한 예산 낭비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업무용 차량 '풋레스트(전동식 발판)' 재설치 사례다. 임 회장은 3연임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 2021년 4월 업무용 차량을 1억원이 넘는 제네시스 G90으로 바꿨다. 이 차량은 사실상 풀옵션에 가까운 차량으로 월 리스료만 220만원에 달했지만 임 회장은 풋레스트를 설치하라며 경영지원부장에게 요구해 220만원을 추가 지출했다. 경영지원부는 임 회장의 업무용 차량에 풋레스트를 설치했지만 임 회장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설치된 풋레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해당 부서는 약 350만원을 추가로 들여 더 고가의 풋레스트로 재설치를 진행해야 했다.

전직 대부협회 관계자는 "대부업권 전체가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인데 회원사가 납부한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의 회장이 선출되는 3년마다 고가의 법인차량으로 리스 계약을 갱신해 새로운 차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풋레스트 재교체는 방만한 협회 예산 운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