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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별 비자제도 마련…반도체 인력난 해소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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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별 비자제도 마련…반도체 인력난 해소 나선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 민원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 민원실.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산업이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6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그간 미국 정부와 업계, 학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 미국 반도체 업계가 ‘칩메이커 비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칩메이커 비자는 반도체 제조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되는 특별 비자 제도다. 현재 의회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6일(현지시간) 톰스하드웨어는 인력난의 주요 원인은 미국 내 숙련된 인력 부족, H-1B 비자 제도의 한계 등이 꼽히는 데, 이 신규 비자 개선안이 인렬부족 문제 해결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숙련된 인력 부족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으로, 숙련된 인력이 필수적이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인력을 양성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해외에서 부족한 엔지니어, 컴퓨터 과학자, 기술자 인력을 해결하고 있다. H-1B 비자 제도가 이들을 유치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H-1B 비자 제도는 국가별로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기업에 필요한 인원만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H-1B 비자는 일반적으로 유효기간이 3년이고, 최대 6년까지 연장 가능한 비자로, 국가별 비자 한도가 7%이기 때문에 추첨 시스템을 통해 할당되는데, 인도와 중국과 같이 인구가 많은 국가의 근로자 대상으로 첨단 분야 인력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미국 H-1B 비자 제도로 인해 이들 근로자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미국 반도체 업계가 미국 정부에 이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위한 새로운 유형의 비자인 ‘칩메이커 비자’가 업계와 경제혁신그룹(EIG)에 의해 제안되었다. 반도체용 인재 확보를 위한 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정부가 EIG의 제안을 따르면, 분기당 2500개의 비자를 경매에 부쳐 연간 총 1만개의 비자를 발급하게 된다. 미국 정부는 비자 비용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칩메이커 비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기업이 칩메이커 비자를 획득하기 위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에 미국 정부는 비자를 발급하고, 해당 기업에서 비자 비용을 받게 된다.

또한, 분기별로 경매를 진행하면 현재의 연간 배포보다 시스템이 더 유연해질 수 있어 인력 확보에 탄력성을 가질 수 있다.

비자 제도 개선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장점 중 하나는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는 처음 5년 기간으로 채용한 후 추가 5년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인력 배출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이 지나면 미국 자체 인재 배출도 늘어나 인력 차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비자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 칩메이커 비자 제도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영주권 획득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칩메이커 비자는 5년 동안 유효하며, 한 번만 갱신할 수 있다. 비자가 만료된 후 외국인 근로자는 영주권을 신청해야 하지만, 미국의 영주권 제도에는 국가별 제한이 있다. 즉,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 많은 수의 영주권을 발급하면, 다른 국가에서 영주권을 신청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중국은 숙련 인력이 풍부한 국가로, 많은 인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들은 영주권 획득이 쉽지 않다.

이는 많은 숙련 근로자가 영주권이나 시민권 부여 권리 없는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일하기를 꺼리게 만들 제약 요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칩메이커 비자 도입과 동시에, 영주권 획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가별 제한 완화나 영주권 신청 절차 간소화 등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외에도 히켄루퍼와 크레이머 상원의원이 도입한 EAGLE 법이 있다. EAGLE 법은 미국 취업 비자 한도는 국가별 한도 7%를 15%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모든 산업에 적용되며,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르다.

이처럼 미국 의회에서 고급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안들이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칩메이커 비자 제도나 EAGLE 법안 모두 의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아직 상원과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제도 개선으로 실제 이득을 볼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해외 인재를 유입 경로를 확보할 수 있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누릴 수 있다.

2023년 기준 H-1B 비자 보유자의 약 70%가 인도와 중국인으로 이미 많은 인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런 인력들이 미국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인도와 중국의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만, 미·중 갈등에 따라 실제 수혜는 인도가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이민 당국에 따르면, 2021 회계연도에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USCIS)에서 승인한 H-1B 청원서 40만7000건 중 한국인은 인도 국적자(청원서 73% 차지), 중국 국적자(12%), 캐나다 국적자(1%)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3500건을 차지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등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인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청원서 제출자는 주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미국 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우수 인재 확보 차원에서 H-1B 비자의 활용을 늘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