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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 서민경제부터 망가진다…고물가에 줄줄이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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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 서민경제부터 망가진다…고물가에 줄줄이 폐업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에서 60세의 하가 야시로 씨가 자신의 국수 가게 '시로하치'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쿄에서 60세의 하가 야시로 씨가 자신의 국수 가게 '시로하치'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로이터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 경제가 밑바닥부터 망가지고 있다.

슈에이샤온라인은 최근 키타구에 있는 유명 라멘집(라면집) ‘츄카소바 타케치요’의 폐점 소식을 전했다. 코로나도 잘 넘겼던 이 라멘집은 원자재비, 수도, 전기세 등 원가율이 50%가 넘는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최근 폐점을 선언했다.
슈에이샤온라인은 “타케치요의 폐점은 일본 서민경제의 붕괴를 단편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일본 서민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요식업의 도산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음식점 도산은 총 768건으로 전녀보다 1.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이 외에 이자카야, 카페 폐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요식업종의 도산과 폐업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식재료 가격, 전기, 가스 요금 인상이 꼽힌다. 고물가로 인한 여파를 버텨내지 못했다.

세부적 수치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매입 상승 추이를 나타내는 매입가 DI(지수)는 식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80이 넘었다. 반면 판매가 DI는 60~70 안팎에 머물러 매입가가 판매가를 웃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서민 물가에 매우 민감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면 고객 이탈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일본 요식업종의 폐업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다른 업종에 비해 전망이 밝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요식업계는 엔저로 인해 방일 외국인 증가로 완만한 증가세가 예상되어 왔다. 그러나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증가하면서 스스로 사업을 접는 휴폐업도 전년 대비 늘어날 전망이다.
요식업뿐만이 아니다.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다. 2023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전체 도산 건수는 52건으로 전년 24건에 비해 2.1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도산 기업을 살펴보면 건설업이 1건, 도매업 24건, 제조업 11건, 소매업 8건, 서비스업 외 4건, 농·임·어·광업 3건, 건설업 2건 등으로 나타났다. 원자재와 에너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벌어지는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 이른바 ‘엔저 도산’으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는 이유에 물가와 함께 인력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단법인 일본자동차정비진흥회연합회가 발표한 2021년도 자동차특정정비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자동차 정비공 숫자는 전년 대비 266명 줄어든 39만8952명을 기록했다.

연령도 전년 대비 0.7세 상승한 46.4세를 기록하며 젊은 세대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교성은 자동차 정비학교 입학자 숫자를 조사한 결과 2003년 1만2300명에서 2016년 6800명으로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44.7%나 후퇴한 수치다. 같은 기간 고교 졸업자 숫자 하락률은 17.3%로, 출산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결과다.

이처럼 인구수 저하와 젊은 세대들의 블루칼러 노동 기피 현상에 더해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노동력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되고 엔저 국면이 종료되면 인플레이션은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부족한 노동력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물가 상승을 버티더라도 일 할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 곳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이유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섣부르게 재화 서비스 인상 등을 할 수 없는 중소·영세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에 타격을 입기 쉽고, 코로나 이후 과잉채무를 안고 있는 가운데 매입비용 상승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 중소·영세기업이나 서민 점포 등을 중심으로 하는 도산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