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연장을 통해 버텨온 PF 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 해결이 지연되면서 건설·부동산 업종 대출의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PF 대주단 협약’으로 PF 만기를 연장하고 그동안 대주단 협약을 통한 원금과 이자 감면, 출자 전환 등의 적극적인 채무 재조정을 하길 종용했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부실이 제대로 인식조차 안 되고 있다. 대손충당금 등을 우려한 금융회사가 부실을 줄이려고 꼼수를 활용해 부실 사업장의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하고 사업성이 개선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3000여 개 PF 사업장 중 대주단을 구성해 구조조정에 들어간 사업장은 187곳에 불과한 상태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계속 PF발 부동산 위기가 미뤄지는 동안 부동산 업종의 건전성 지표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악까지 내려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134조3000억원에 이른다. 2022년 말 130조3000억원에서 4조원 늘었다.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의 연체율도 최근 2년 새 3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업종의 연체액은 2년 전 2조2700억원에서 7조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그중 증권사의 PF대출 연체율은 13.9%에 이르는 등 가장 심각해 PF 부실 사태가 증권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1월 월간 건설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종합건설기업 폐업 공고 건수는 총 581건으로, 전년 대비 219건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629건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만기 연장에 실패하는 사업장이 대거 등장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줄도산을 막기 위해 빠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시장이 걱정하는 PF발 위기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일리가 있으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공적자금 투입을 막아야 한다. 옥석을 가려 사업성이 있는 기업을 지원하고 한계 기업을 과감히 구조조정 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된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기는 등 옥석 가리기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책을 꺼내 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4월 10일 총선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당국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옥석을 가리는 정부의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또 궁극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 PF발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기형적인 우리나라 PF의 구조(책임준공 등)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 뛰어든 시행사의 사업 규모 대비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건설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지금의 PF대출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201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도 과도한 PF대출이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중을 사업 규모의 20~3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법에 반영되지 않고 결국 또다시 PF부실 사태가 터졌다. 이번 PF사태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일어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