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버추얼 아이돌'로 꼽히는 하츠네 미쿠의 미국 공연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홀로그램 아바타를 활용한 콘서트'를 기대한 관객들이 LED 패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공연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단체 환불, 소송 등 집단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9일 자신을 미쿠 엑스포를 관람한 대학 졸업생이라 소개한 네티즌 메리 우다드(Mary Woodard)는 최근 X(트위터)를 통해 "이번 엑스포의 관람객들이 집단 소송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변호사 무료 상담을 받고자 연락을 취했다"며 "집단 소송에 앞서 주최사와 보다 원만한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집단 소송 관련 문의는 익명으로 보내주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하츠네 미쿠는 2007년 출시된 작곡 프로그램 '보컬로이드'의 표지 모델 캐릭터다. 아마추어 작곡가들 사이에서 크게 히트, 다양한 오리지널 곡이 출시돼 팬덤이 형성됐다. 해외에선 미쿠를 버추얼 휴먼, 버추얼 유튜버 등 '가상 아이돌'의 원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쿠 엑스포는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음원들을 율동을 하는 미쿠의 3D 아바타와 함께 감상하는 일종의 버추얼 콘서트다. 하츠네 미쿠 제작사이자 IP 보유사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2014년부터 선보여온 것으로, 일본 현지에서 열리는 공연 '매지컬 미라이'의 해외 버전이다.
북미 지역 역시 미쿠 엑스포가 꾸준히 열렸던 지역으로, 특히 올해에는 이달 4일 캐나다 밴쿠버를 시작으로 오는 5월 21일까지 미국 각지와 멕시코까지 순회 공연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후원사로는 북미 애니메이션 전문 OTT 크런치롤이 함께했다.
특히 올해 공연은 10주년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2020년 코로나 발발 이후 4년만의 오프라인 콘서트로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공연에서 검은색 LED 패널이 무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팬들은 이번 공연의 품질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 온라인 예매 플랫폼 티켓마스터(Ticketmaster)에서 '홀로그래피로 구현된 미쿠를 관람할 수 있다'고 표기한 점 등을 근거로 입장권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카밀라 로만(Khamila Roman)이란 이름의 네티즌은 미국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 "TV 공연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은 미쿠 엑스포 2024의 입장권을 전액 환불하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했다. 이달 6일 50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이번 청원에는 8일 기준 약 3800명이 동참했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분야 관계자는 "LED 패널은 사실 최근 일본 버추얼 콘서트에서도 흔히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무대의 장식과 연출 등을 통해 이를 눈에 띄지 않게 막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번 엑스포의 경우 그런 연출이나 디자인적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듯 하다"고 평했다.
미쿠 엑스포 2024는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진행됐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애리조나주 피닉스, 콜로라도주 덴버, 멕시코 수도 멕시코 시티 등에서 총 21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