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경제 역풍과 소비자 약세 속에서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의 2023년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하는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무선 이어폰 시장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으며, 특히 50달러 미만 저가 시장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5% 증가했다.
이는 무선 이어폰의 수요가 저가 및 프리미엄으로 양극화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는 감소했지만 저가제품의 판매 증대로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가 어느 정도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요즘에는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한 후 외이염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있고, 여름철 귀에 땀이 흐르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어 오픈형 블루투스 이어폰인 골전도 이어폰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에는 실로 다양한 골전도 이어폰이 출시되고 있다.
영어로 'Bone-conduction headphones'이라 부르는 골전도 이어폰은 말 그대로 이어폰 내 드라이버 유닛을 뼈에 가까이 접근시켜 직접 진동을 소리로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뼈라고 하니 섬뜩하 보이지만 드라이버 유닛을 고막에 대거나 꽂는 방식이 아니라 관자놀이에서 좀 더 귀에 가까운 쪽, 귀 옆 피부에 밀착시키는 형태다.
골전도 이어폰의 장점은 귀를 막지 않는 '개방감'이 우선이고, 커널 타입 이어폰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인 귀 염증(외이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오랫동안 착용해도 귀가 아프거나 피곤하지 않고 주변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위험한 외부 환경에서 다칠 위험이 적다는 점이다.
특히 외부 소음을 억제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지나치게 조용해 보행 중이나 자전거를 탈 때 등등 사용하게 되면 자칫 대형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때문에 자전거 라이딩, 운전, 러닝 등 야외활동에서는 골전도 이어폰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지니크 골전도 이어폰(모델명: GH-760S)은 그런 야외활동에 특화된 제품이다. 제품 자체가 IP55등급 방진방적 기능을 갖췄고 무게도 가벼운데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는 제법 큰 240mAh 배터리를 내장해 한 번 충전 후 8시간 동안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지니크 골전도 이어폰은 이어폰 드라이버 유닛이 장착된 하우징이 제법 크지만 착용해보면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드라이버 유닛 크기가 16.2mm로 크고 그에 걸맞게 저음을 상당히 풍성하게 뿜어내도록 튜닝됐기 때문이다. 마치 '서브우퍼'를 귓가에 배치한 듯 음악이 재생될 때마다 진동이 울린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제품은 귓구멍에 이어폰을 꽂지 않고 귀 옆 관자놀이 근처에 유닛을 밀착시키고 직접 소리 주파수(진동)를 전달하는 형태여서 귀에 자극이 없다. 골전도 이어폰치고는 음질이 꽤 준수한데다 풍부한 저음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음악을 들으면 일렉트릭이나 힙합 등의 곡에서 저음 비트에 맞춰 귀 양 옆으로 진동을 만든다. 생경한 느낌이기에 어색할 수 있고, 처음엔 간지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일릿의 'Magnetic'을 재생하면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둥칫 두둥칫' 박자에 맞춰 진동이 발생한다. 마치 소형 서브우퍼를 장착한 듯한 느낌이다. 노래를 몇 곡 들으면 적응이 되는데 볼륨을 조절해 이 진동의 세기를 적절히 맞추면 그간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느낄 수 없었던 저음의 리듬감을 체험할 수 있다.
이 저음의 진동은 OTT로 영화나 게임을 시청할 때도 제격이다. 애니메이션 '괴수 8호(Kaiju No. Eight)'에 등장한 거대 괴수의 포효가 진동판을 타고 귓가로 퍼진다. 여기에 호시노 부대장이 달려가는 발소리, 괴수의 피부에 검이 부딪치며 퍼지는 충격파, 미나 대장의 포격이 괴수에 명중할 때의 폭발음에서 상당한 진동이 수반된다.
게임에서도 이 진동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넷마블의 인기 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에서 게이트에 입장해 전투에 돌입하면 몬스터의 공격과 필살기 사용 타이밍에 맞춰 진동이 만들어져 몰입감을 높여준다. 지니크 오픈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음악만 듣는 용도가 아니고 이처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용으로 활용할 때 더욱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이어폰을 착용해도 양쪽 귀가 개방돼 있으니 주변 소음도 잘 들린다. 지니크 골전도 이어폰 같은 타입은 조용한 공간에서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길을 걷거나 할 때는 외부 소음을 들을 수 있어 위급한 충돌 상황 등으로부터 훨씬 안전하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통화품질이 상당히 좋다는 점이다.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기자의 말소리가 상대방에게 잘 안 들리곤 했는데 이 제품은 통화가 훨씬 수월하다. 그러니 양 손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통화가 많은 이들에게 특히 유용할 듯하다. 덧붙여 주변 소음을 들어야 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배달기사나 택배기사 같은 분들과 자전거 라이더 등에게 우수한 통화품질과 주변 소음을 청취는 장점이 될 듯하다. 넥밴드 타입이기에 거친 움직임에도 TWE(완전무선어어폰)처럼 이어폰 한 쪽을 분실할 염려도 없다.
제품 충전 방식은 USB-C 타입 단자를 통한 충전을 지원하며 별도의 제품 케이스는 동봉돼 있지 않다. 패키지에는 시끄러운 곳에서도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메모리폼 타입 귀마개 한 쌍을 제공하지만 굳이 귀마개까지 항시 휴대하면서 쓸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하지만 개성과 용도가 뚜렷한 제품인 만큼 오픈형 블루투스 이어폰이 필요한 이라만 한 번쯤 써 볼 만한 제품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