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에 따른 초연결 사회의 문제점이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엔 화재 등으로 인한 '디지털 블랙아웃'이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호환성 충돌로 인한 '블루 스크린'이 이른바 IT 대란을 낳았다.
소프트웨어 간 충돌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하다못해 게임에서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커스텀 모드끼리 부딪쳐 게임 실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오류로 인해 전 세계가 마비에 가까운 사태를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윈도우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1% 미만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IT 대란에서 '1%'의 파장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1% 미만이란 숫자는 얼핏 극소수에 국한되는 인상이나 실질적인 수치로는 850만대에 달하는 기기가 영향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 항공편의 마비는 물론 의료 서비스도 피해를 입었다.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도 발생했다. 다행히도 IT 대란으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음에도 동일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피해 이후 시스템이 신속하게 원상 복구할 수 있는'디지털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디지털 회복탄력성은 기업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2024 시스코 사이버보안 준비 지수(2024 Cisco Cybersecurity Readiness Index)'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 위협에 충분한 회복탄력성을 지닌 기업은 3%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치 적용 전 사전 테스트를 거치고 수차례 재확인을 거듭하더라도 유사한 사건은 언제고 반드시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정부와 각 기업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사후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IT 재해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경고하고 있다. 고통을 동반한 의미 있는 교훈을 얻었으니 이제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