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미국 소매판매는 8월 0.1% 증가에 이어 지난달에는 0.4%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0.3% 증가보다 더 높은 수치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지난 8월 2일 이후 최고치인 103.87까지 상승한 뒤 후반 전일 대비 0.2% 오른 103.80에 거래됐다.
엔화 약세 두드러져…日 개입 경계감 재확산
달러화는 특히 엔화 대비 상승폭을 늘렸다. 달러·엔 환율은 7월 30일 이후 2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150.23엔까지 뛰어올랐다.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디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엔화는 달러 대비 2주 연속 하락했다.
바클레이스의 스카일러 몽고메리 코닝 외환 전략가는 “엔화는 미국 소비자의 소비지출 강세로 광범위한 달러 수요가 나타나며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매판매 및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 호조로 스와프 시장에서는 내년 1월까지 세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25bp씩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또한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44bp 인하할 것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후퇴한 반면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는 이달 초 일본이 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밝히는 등 일본이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시사했다.
다만 엔화 가치가 이달 들어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자 일본 외환당국은 환시 개입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엔화의 급격한 움직임은 기업과 가계에 피해를 주며, 이에 대한 정부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긴박감을 느끼며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다시 엔 캐리 거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50엔을 돌파한 만큼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뉴욕 미쓰비시UFJ의 다카후미 오노데라 영업 및 트레이딩 담당자는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엔화는 일본 총선과 FOMC 회의 이전인 이번 달에 달러당 153엔을 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는 27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한편,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Polymarket)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