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언론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지만, 정작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인 지역 언론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노스웨스턴대 메딜 저널리즘 스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8891개였던 미국의 신문사는 현재 6000개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127개 신문사가 문을 닫았고, 전국 3143개 카운티 중 절반 이상이 지역 뉴스를 거의 또는 전혀 접하지 못하는 '뉴스 사막' 상태에 놓였다고 최근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러한 지역 언론 붕괴 현상은 지역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정보 부재로 주민들의 정책 참여가 제한되고, 지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감시기능이 약화되면서 부패와 예산 낭비 위험이 커지고 있다. 또한,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허위정보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지역 언론 부재로 인해 방역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신문 발행 부수는 2005년 1억1500만 부에서 4000만 부로 65% 감소했고, 신문사 일자리도 73% 줄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뉴스 사막이 빈곤층과 소수인종이 많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뉴스 사막 거주 가구의 중간 소득은 5만7000 달러로, 미국 평균(7만4000 달러)을 크게 밑돌았다.
디지털 뉴스 매체의 성장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 국내에 550여 개의 디지털 전용 뉴스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 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농촌 지역의 정보 격차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하고, 지역간 발전 격차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초당파적 자선단체들이 향후 5년간 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역 언론 육성과 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 저널리즘 프로젝트(AJP)를 중심으로 지역 언론인과 자선가들이 15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지역 뉴스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LA 타임스 전 편집장, 현직 앵커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언론인들이 주도하며, 지역 사회 보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중 언어 커뮤니티 뉴스룸 운영, 학생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다문화 사회 LA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지역 언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뉴스 바우처 제도 도입, 지역 언론사에 대한 세금 공제 등 다양한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 중이다. 또한, 시카고의 시티 뷰로(City Bureau)와 같은 혁신적인 시민 저널리즘 모델이 다른 도시로 확산하면서, 전문 언론인과 시민들이 협력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 뉴스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비록 현재 지역 언론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지속 가능한 지역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국의 지역 언론 상황은 미국보다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역 신문 구독률은 이미 10% 미만으로 떨어졌고, 디지털 전환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간 광고 시장 양극화로 인해 지역 언론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취재 인력 감축과 보도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른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지역 언론사들이 유튜브 채널 운영이나 뉴스레터 발행 등 디지털 혁신을 시도 중이나, 수익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언론의 위기가 단순한 산업 구조조정이 아닌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과 한국 모두 지역 언론이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 사회의 현안을 공론화하며,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 저널리즘 모델과 시민 참여형 뉴스룸 운영 등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언론의 공공성 강화와 함께 디지털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 확립이 양국 모두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공적 지원 확대,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개발, 시민저널리즘 활성화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위기에 처한 지역 저널리즘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