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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대전망(3)] “北핵 억제·상쇄”…‘한국 핵균형 수립’ 진지하게 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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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대전망(3)] “北핵 억제·상쇄”…‘한국 핵균형 수립’ 진지하게 검토할 때

트럼프 2기 시대 대한민국 핵무장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아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는 각계 대표 지식인 27명과 함께 1년 동안 관찰하고 분석해 집필한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케이스북 출간)을 최근 펴냈다. 한국의 대표 지성인인 이들은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인 과학 혁신력, 경제 활력, 사회 균형력, 환경 회복력, 문화 포용력을 기본 틀로 2025년을 내다봤다. 그 주제는 ‘광복 80주년 NEXT STEPS, 대한민국호 새로운 시험대에 서다’이다. 이영한 교수 등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와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신문 글로벌이코노믹에 '2025년 대한민국 대전망'을 10회 연재해 깊고 폭넓은 통찰력을 제시한다. ‘2025 대한민국 대전망’에는 이영한(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윤순구(국립외교원 명예교수), 문형남(숙명여대 학장), 신희동(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강건욱(서울대 교수), 차학봉(땅집고 미디어본부장), 김소임(건국대 교수), 최윤정(세종연구소 부소장)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2025년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의 건전성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③ 대한민국의 핵무장론

④ 트럼프 집권과 한미관계

⑤ AI 슈퍼사이클의 시작점과 AI CEO

⑥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하게 될 반도체 산업

⑦ 정밀 의학시대와 AI 헬스케어

⑧ 금리인하와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향방

⑨ 1000만 관객 영화와 K-Movie

⑩ 세계 정치·경제 판을 뒤흔드는 글로벌 사우스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시대 에는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실성이 몰아칠 것이다. 그의 비즈니스에 기반한 거래 동맹관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물론, 전통의 한미동맹과는 거리가 있다. 10배의 방위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배려에만 의존하는 동맹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자강 안보능력은 핵무장으로 보완이 돼야 한다.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이제 미국의 '뉴노멀'이 됐다. 트럼프와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 등 스트롱맨들간 거래에서 한국의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 미북간에 핵 군축협상 가능성으로 한국의 핵무장은 시대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다.

3대에 걸친 북한의 핵 개발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디자인하고 체계를 구축했다. 아버지 김정일 시기인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으로 개발 기반을 닦았다. 손자 김정은 집권 이후 2013년, 2016년 1월과 9월, 2017년 등 4차례 핵실험으로 완성 단계를 거쳐 실전 배치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사회주의 정권 70년에 걸친 핵 개발로 북한은 지구상의 9번째 핵클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승전핵(核)'이라는 키워드는 북한 대내외 정책에서 대대로 최우선 순위로 자리 잡았다.

◇ 핵이 가져온 전력 불균형, 재래식 무기론 한계


미국의 민간 군사력평가 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2024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을 5위, 북한을 36위로 평가했다. GFP는 재래식 무기 수량으로 육·해·공군의 잠재적 전쟁 능력을 분석하고, 가용 자원과 경제력 등 50여 가지 지표로 파워 지수를 산출한다. 그러나 우리 사병이 18개월, 북한군이 10년을 근무하는 인적 소프트파워의 숙련도와 전투태세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GFP의 물리적 파워 추정은 북한의 은밀한 무기체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 만포와 강계 등 자강도 북·중 국경지대 지하 요새에 숨겨진 각종 무기는 특급비밀이다.

재래식 전력에다 최대 60개인 북한 핵무기를 더하면 모든 비교는 무의미해진다.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은 이미 76년 전 일본 열도에서 증명됐다. 그나마 남북한 군사 균형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 역할을 하는 주한 미군은 결코 한반도 붙박이 군대가 아니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의지가 약해지면 동맹은 언제든지 떠나는 게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이다.

눈부시게 진화하는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리 대응은 무대응 전략이다.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16년 동안 6차례 핵실험이 이뤄졌으나 실험 후 석 달만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망각 증상이 고착화했다. 보수 정부는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전략, 진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선의를 신뢰하면서 북핵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1975년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한국이 북한처럼 핵 개발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지만, 빨간불 켜진 NPT 국제 핵 공조에만 안보를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추가(7차)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한·미 확장억제에만 의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6년간의 핵실험 역사를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비핵화 협상은 제재를 피하면서 시간도 벌 수 있는 북한의 수단으로 활용돼왔기 때문이다.

◇ 시몬 페레스의 핵 모호성 전략을 벤치마킹


1960년 12월18일 미국 연방원자력연구위원회와 각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특보(特報)를 냈다. 익명의 작은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그 나라는 '이스라엘'이라고 지목했다. 보도는 건설 현장이 찍힌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소련 정찰기가 디모나 현장을 촬영했으며, 소련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의 개입을 요청했다. 벤구리온 이스라엘 총리는 국회에서 네게브 사막에 건설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오직 평화 목적으로 설계됐다고 핵무기 개발 계획을 부인하고 미국을 설득했다.

2년 여의 논란 끝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핵 개발 총책인 시몬 페레스를 백악관으로 불렀다. 케네디 대통령은 핵무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도는 무엇인가, 라고 페레스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페레스는 "각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동에서 핵무기를 처음으로 꺼내 드는 쪽이 절대로 저희는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고 답변했다. 케네디는 답변에 만족했는지 혹은 체념했는지 핵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면담이 끝났다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시몬 페레스, 2017). 그가 은유적으로 시인한 핵무기 개발의 사실은 당시 이스라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역설적으로 핵무기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은 페레스의 ‘핵 모호성(NCND)’ 입장은 이스라엘의 공식 핵 정책이 됐다.

페레스는 1956년부터 프랑스 정부를 집요하게 설득해 이듬해 여름 파리에서 비밀 핵개발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의 총리가 선거로 계속 바뀌는 과정에서 협약이 파기될 뻔한 절대 절명의 위기가 있었다. 페레스는 협약이 파기됨과 동시에 내용이 공개돼 프랑스가 이스라엘 핵 개발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랍 전체가 프랑스를 적대시할 것이라고 설득과 압박을 가했다. 마침내 프랑스는 예루살렘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는 중동 국가를 앞세워 핵 기술의 원천을 제공한 파리를 돌파했고 핵 모호성 전략으로 워싱턴의 반대를 무마시켰다.

페레스는 주변 국가들이 특정 국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정복 의지와 군사력 우위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는 디모나의 핵 시설은 주변 국가들에게 군사력 비교를 어렵게 만들어 전면적인 공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석유는커녕 물조차 없는 척박한 이스라엘 모래땅에 원자력 에너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중차대한 과업이라고 주변을 설득했다. 페레스가 핵 개발을 구상했을 때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은 소련의 개입을 의식해서 반대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는 맨땅에서 터무니없는 계획이라고 반발했고 경제관료들은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미래를 조망한 벤구리온 총리는 젊은 애국자의 충정을 수용하였다고 지지했다.

페레스는 10번의 장관, 3번의 총리와 대통령으로 이스라엘에 봉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협정을 맺은 공로로 199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핵 개발 추진 막전막후 스토리를 끄집어낸 것은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예기치 않게 흘러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한반도의 상황은 물론 다르고 우리는 글로벌 유대 시오니즘 네트워크도 없다. 이스라엘의 핵보유 과정은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다.

우리 핵무장의 변수는 워싱턴에서 단초가 제공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 안보정책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미북 군축협상이 안될 건 뭔가. 북핵은 호리병을 빠져나온 지니(genie out of battle)"라고 '트럼프 2기 국방정책 보고서'를 총괄 집필한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 국방장관 대행은 현행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주장했다. 그는 지난 30년 간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 북핵 협상을 위해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하며 한국 정부는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을 용인하며 주한미군의 인계 철선 역할을 바꿀 시점이나 한국 자체의 핵 무장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과 핵 군축 협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면 한국의 핵 무장은 이제 본격적인 시동을 걸어야 한다. △나토식 핵공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자체 개발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공론화를 해야 하며 학계에서 우선 총대를 맬 수 밖에 없다. 올해 2월5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 독자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민간학술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북핵 위협에 대한 국민들의 실질적인 체감을 반영한다. 최종현학술원이 발표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2.8%가 긍정 답했다. 이 가운데 핵 무장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21.4%, 필요한 편이라는 응답은 51.4%였다. 국민들은 북핵 위협이 실존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안보(安保)는 평시에는 안 보인다. 특히 핵위협은 더더욱 그렇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nuclear sharing)를 검토하는 것은 남북 공멸의 길이라고 결사반대한다. 귀납적으로 북한만 핵을 가져야 하고 남한은 재래식 군사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비핵화를 위한 외교 노력과 동시에 자강불식 계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전환점이 돼야 한다. 핵 무력 법제화에도 무덤덤한 한국이 북핵 위협의 1순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다가 가슴에 안고 사는 ‘북핵과의 동거(with the nuclear)’ 시대에는 발상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양점과 지향점을 구분해서 성역 없는 담론과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핵 위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응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평양에서 7차 핵실험 소식이 들려오면 북핵을 억제·상쇄하기 위한 우리의 핵 균형(nuclear parity) 수립이라는 제3의 전략을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동맹(Alliance of the money, by the money, for the money)'을 강조하는 트럼프가 불사조처럼 살아왔다. 깊은 동맹(deep alliance)의 시대는 가고 거래 동맹(easy alliance) 시대가 도래했다. 북한 김정은과의 쇼맨십 정상회담 등 변칙 국제 안보 거래도 예상된다. 손해보는 동맹보다는 불량국가들과 이득이 나는 협상을 모색할 것이다. 북핵 인정과 대북제재 해제 등 과거에는 금기시된 제안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은 현재에서 동결하고 추가적인 생산을 차단하는 부분 비핵화도 스멀스멀 나올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와 함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3%까지 인상하라고 나토 등 동맹국들을 압박을 가할 것이다.

기존에 없던 블랙 스완(black swan)인 검은 백조 트럼프가 나타났다. 상호거래에 따른 이득의 관점에서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 통화하고 협력관계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동상이몽은 불가피하다. 한미동맹 조약 체결 72주년을 맞는 내년 을사년은 새로운 한미관계 원년이 될 것이다.

한국의 외교 안보를 미국의 배려에만 의탁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초격차 기술의 우위와 냉정한 외교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자강불식(自强不息)이 필수이다.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만이 트럼프의 존중을 이끌어 낼 큰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국력 신장에는 핵 무장이 포함돼야 한다. 2025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정치의 거대한 체스판은 정책 변화가 불가피한 변곡점이다.

<※이 글은 이영한 등 27인(2024.10.), ‘2025 대한민국 대전망’, 케이북스의 내용을 근거로 작성됨>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미지 확대보기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