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이 전 산업계를 강타하면서 미래 인재 양성의 요람인 대학가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AI 활용 능력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으로 자리잡았으며, 특히 대학들은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상 정립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일자리 지형도를 재편하면서 대학교육이 근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각) AI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인재상과 이를 위한 대학교육의 혁신 사례를 심층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I 시대에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미래 직종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분석에 따르면 사무직 관리(46%), 합법적 업무(44%), 건축 및 엔지니어링(37%) 등 복합적 판단력이 필요한 직종이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지역사회 봉사(33%), 경영(32%), 판매관리(31%) 등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한 직종이 상위권에 포진한 점이 주목된다.
전미대학고용협회가 실시한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고용주들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의사소통능력, 팀워크, 비판적 사고력을 꼽았다. WSJ와 인터뷰에서 맨파워그룹의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치 최고혁신책임자는 "AI가 IQ 경쟁에서는 승리했지만, EQ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감성 지능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이미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MIT는 'AI + 인문학' 융합과정을 통해 AI 윤리와 인간중심 AI 개발을 교육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주요 IT 기업 취업과 스타트업 창업 등 진로 개척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으로 전공 관계없이 AI 활용 능력을 키우고 있다.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AI가 모든 분야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창의적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WSJ가 인터뷰한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융합적 사고와 창의성을 갖춘 인재들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IBM은 AI 시대 인재 육성을 위해 미국 내 50개 대학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대학가에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KAIST의 'AI+X' 융합교육과 서울대의 'AI 연계전공' 확대가 그 시작이다. 교육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더욱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방식 혁신도 과제다. WSJ에서 인터뷰한 스탠포드대학 매튜 래스코프 부학장은 "AI는 'B+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제 교육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 대학교육은 '인간다움'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과정 개편을 넘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혁신을 요구한다. 대학과 학생들이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때 AI와 함께하는 미래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