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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주민, 고금리·고물가로 필라델피아 이주 현상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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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주민, 고금리·고물가로 필라델피아 이주 현상 가속화

"153Km 떨어진 필라델피아가 뉴요커에게 기회의 땅으로”
필라델피아의 다운타운 스카이 라인의 전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필라델피아의 다운타운 스카이 라인의 전망. 사진=로이터

뉴욕 주민이 필라델피아로 이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주는 고금리와 주거비용 상승이 맞물린 가운데, 원격근무 증가로 인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주요 동인이라고 맨션 글로벌(Mansion Global)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엥겔 & 뵐커스 필라델피아(Engel & Volkers Philadelphia)의 에드 카셀라(Ed Casella) 라이선스 파트너는 "지난 5년간 필라델피아에 정착하는 뉴욕 차량 번호판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뉴욕을 떠나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찾아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주 현상의 핵심 동력은 두 도시 간 현격한 부동산 가격 차이다. 로빈 고든 그룹/버크셔 해서웨이 홈서비스(Robin Gordon Group/Berkshire Hathaway HomeServices)의 리비 세팔리(Libby Cefaly) 에이전트는 "필라델피아 리츠칼튼 레지던스의 1000만 달러(약 143억 원) 펜트하우스가 맨해튼에서는 1억 달러(약 1432억 원)에 거래될 것"이라며 가격 차이를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수치도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맨해튼의 평균 주택 매물 가격은 160만 달러(약 23억 원), 타운하우스는 8500만 달러(약 1217억 원)였다. 브루클린의 경우 평균 주택 매물 가격이 81만8000달러(약 12억 원), 연립주택은 2100만 달러(약 301억 원), 펜트하우스 아파트는 1950만 달러(약 279억 원)에 달했다."

반면 커피스 소더비스 인터내셔널 리얼티(Kurfiss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의 프란츠 라바우어(Franz Rabauer) 중개인은 "필라델피아의 소사이어티 힐에서는 50만 달러(약 7억 원)으로 콘도나 소형 타운하우스를, 350만 달러(약 50억 원)이면 고급 마감재와 주차장을 갖춘 371제곱미터(약 112평) 규모의 고급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델피아의 부동산 시장은 전통적인 고급 주거지역을 넘어 새로운 기회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팔리 에이전트는 "피시타운(Fishtown)은 브루클린과 같은 신흥 럭셔리 지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새 건축물의 가격이 100만 달러(약 14억 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슝크(Passyunk) 지역의 맥심 플라자(Maxim Plaza) 개발 단지 타운홈은 180만 달러(약 26억 원)까지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평균 가격대가 20만 달러(약 3억 원)인 지역에서 놀라운 변화"라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는 부동산 투자의 매력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도 갖추고 있다. 카셀라 파트너는 "모든 신축 건물과 일부 리모델링 건물에 10년간의 재산세 감면 혜택이 제공되며, 이는 매매 시에도 승계된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뛰어난 접근성도 이주 결정의 주요 요인이다. 컴퍼스(Compass)의 엘리자 미첼스(Eliza Michiels) 에이전트는 "많은 구매자들이 주 1~2회 뉴욕 펜실베이니아 역으로 출퇴근하며 필라델피아의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속철도 아셀라(Acela)로 양 도시 간 이동 시간은 약 75분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반적인 미국 부동산 시장의 변화 속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U.S. 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기존주택 연간 매매량은 406만 건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감정사이자 데이터 전문가인 조나단 밀러(Jonathan Miller)는 "2024년 미국 주택시장은 유례없는 한 해였다"며 "대선을 앞둔 시장 관망세에도 불구하고 더글러스 엘리먼(Douglas Elliman)이 추적하는 뉴욕 메트로 지역의 주택 구매가 11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소비자들이 금리 하락을 기다리는 데 지쳐있으며, 금리가 떨어지든 않든 삶은 계속되기 때문에 주택 구매 결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터닷컴의 조엘 버너(Joel Berner)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에는 수년간 구매를 미뤄온 수요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필라델피아로의 이주 현상이 일시적 추세가 아닌 장기적 변화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맨션 글로벌은 "봄철은 학군을 따라 이동하는 판매자들로 인해 매물이 증가하고 구매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되는 시기"라며 "2025년 봄은 작년보다 훨씬 더 활발한 구매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