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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지구의 눈물' 빙하...20억 인류의 밥그릇 '위태'

유엔 보고서 "기후 위기가 앗아간 빙하, 식수원 마저 말린다" 경고
전례 없는 속도로 사라지는 빙하...생태계 넘어 인류 생존까지 위협
후퇴하는 빙하가 전 세계 20억 명의 식량과 물 공급을 위협한다는 유엔의 긴급 경고가 나왔다. '지구의 눈물'이라 불리는 빙하의 전례 없는 융해 속도가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후퇴하는 빙하가 전 세계 20억 명의 식량과 물 공급을 위협한다는 유엔의 긴급 경고가 나왔다. '지구의 눈물'이라 불리는 빙하의 전례 없는 융해 속도가 예측 불가능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사진=AP/뉴시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눈물'이라 불리는 빙하가 전례 없는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전 세계 20억 명의 식량과 물 공급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22(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기후 위기가 초래한 이 같은 '빙하 소멸'이 생태계를 넘어 인류의 생존 기반마저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제 사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해 산악 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강설량마저 줄어들면서 전 세계 관개 농업의 3분의 2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산악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이미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어 우려를 더한다.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5'는 이들 지역의 식량 생산이 산악 용수와 녹는 눈, 빙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우리가 어디에 살든,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산과 빙하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천연 물 저장고는 임박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 보고서는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기록적인 빙하 감소...유럽·아프리카·남미 할 것 없이 '속수무책'


세계기상기구(WMO)의 연례 기후 현황 보고서는 현재 빙하 변화 속도가 기록상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3년간 기록된 가장 큰 폭의 빙하 질량 손실이 발생했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스발바르, 열대 안데스 산맥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빙하의 80%가 이미 사라졌고, 안데스 산맥에서도 1998년 이후 빙하의 3분의 1에서 절반이 소실됐다. 유럽의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 역시 같은 기간 동안 빙하가 약 40%나 줄어드는 등 전 세계적으로 빙하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빙하 소멸, 연쇄적인 기후 변화 야기...인류 생존 '빨간불'


유네스코 아부 아마니 수자원 과학국장은 빙하 감소가 단순히 물 부족 문제에 그치지 않고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얼음 손실로 인해 태양열 반사율이 높은 표면이 열 흡수율이 높은 어두운 토양으로 바뀌면서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는 빙하수는 홍수를 유발하고, 영구 동토층을 녹여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방출하는 등 연쇄적인 기후 변화를 야기한다. 지난달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금세기 말까지 전 세계 빙하 질량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 남극 조사국의 알렉스 브리스본 박사는 "산악 빙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담수 저장고이며, 여름철 녹은 물은 10억 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막대한 산업과 농업을 지탱한다. 빙하 소멸의 영향은 하류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알바로 라리오 총재는 "물은 아래로 흐르지만, 식량 불안정은 위로 확산된다. 산은 우리 담수의 60%를 제공하지만, 이 중요한 자원을 보호하는 공동체는 식량 불안정 수준이 가장 높다"며 산악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빙하 보존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촉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