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세금·규제로 KFC· 엑스·애플 등 대기업 유치... 2045년 미국 최대 주 부상 전망

뉴스위크는 지난 3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텍사스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미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텍사스 감사관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텍사스 경제는 4.8% 성장했으며, 이는 미국 상무부 데이터 기준 국가 전체 성장률 2.4%의 두 배에 달한다.
패스트푸드 대기업 KFC는 지난 2월 18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텍사스주 플라노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KFC의 모회사인 '얌! 브랜즈'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입지를 다질 것"이며 "고객, 직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및 주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리스팅 웹사이트 리얼터 닷 캄(Realtor.com)도 지난 2월 초 본사를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오스틴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뉴스위크에 오스틴이 "최고의 고용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X와 SpaceX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7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자녀의 성 정체성 변경 시 부모 통보 의무를 중단하는 조치에 반발해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최근 설립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다.
금융 서비스 기업 찰스 슈왑(Charles Schwab Corp.)은 2021년 본사를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주 웨스트레이크로 옮겼으며, 석유 대기업 셰브론(Chevron)은 2024년 8월 캘리포니아주 샌라몬에서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지난 3월 초 미국 전역에 5000억 달러(약 735조 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휴스턴에 25만 평방피트(약 2만3천㎡) 규모의 새로운 제조 시설을 건설해 "개인 지능 시스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는 인공지능(AI) 산업에도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참여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벤처 기업 '스타게이트(Stargate)'를 발표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텍사스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재생에너지·금융·데이터센터까지 다양한 산업 성장세
텍사스는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 보고에 따르면, 텍사스는 21.9기가와트에 달하는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발전 용량으로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미국 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 용량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덴마크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Ørsted)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브룩스턴에 468메가와트(MW)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 '모킹버드 솔라 센터(Mockingbird Solar Center)'를 완공했다고 일렉트렉이 지난해 11월 24일 보도했다.
액시오스는 지난해 9월 6일 보도를 통해 "전통적인 석유 산업 강자였던 텍사스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청정에너지 선도자로 변하고 있다"며 풍력 발전에서도 미국 최대 생산지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고, 배터리 저장 분야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도 활발하다. CBRE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오스틴과 샌안토니오 지역 데이터센터 건설 활동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텍사스 중부 지역의 상대적으로 싼 부동산 가격과 풍부한 토지, 기업 친화적인 정책과 세제 혜택, 독립적인 전력망 시스템(ERCOT)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 산업은 '욜스트리트(Y'all Street)'라는 별칭이 생겨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텍사스의 금융 및 보험 산업 국내총생산(GDP)은 약 1150억 달러(약 169조 원)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약 9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뉴욕의 성장률은 약 52%에 그쳤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텍사스의 금융 및 보험 업종 종사자 수는 1990년 1월 32만4600명에서 2023년 12월 67만28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뉴욕은 같은 기간 62만4200명에서 55만110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 낮은 세금·규제·생활비가 기업 유치 핵심 요인
텍사스는 미국 전역에서 특정 수익 한도 미만의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9개 주 중 하나다. 사업 세율은 낮고 특정 임계값 미만의 기업에 대해서는 0으로 떨어진다.
Realtor.com 이 발표한 2024년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는 인구의 9%에 불과함에도 미국 전역에서 발급된 신규 주택 허가의 15%를 차지해 급격한 인구 유입에도 가격과 임대료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에서 2024년 7월 사이 텍사스 인구는 562,941명 증가했으며, 연간 성장률은 1.8%로 플로리다와 컬럼비아 특별구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Realtor.com 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5년 텍사스 인구는 현재 3,100만 명에서 35% 증가한 4,200만 명으로 늘어나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가 될 전망이다.
텍사스공과대학의 벤자민 파월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와 같은 높은 세금, 높은 규제, 높은 비용의 주에서 도망치고 있다"며 "텍사스는 세금과 규제가 낮고, 노동자들이 다른 주들보다 이곳에서 더 낮은 생활비에 직면해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캠퍼스의 존 테일러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주 소득세가 없는 강력한 경제, 상대적으로 최소한의 비즈니스 규제, 급증하는 인재 풀로 수많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대학을 만들었고, 에너지, 우주 탐사, 인공지능 및 기술 제조 분야의 선두 주자라는 강점이 있다"며 "이러한 중요 요소들 때문에 많은 대기업이 지난 10년 이상 동안 텍사스로 시설을 이전하거나 개발하도록 설득했다"고 분석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언론 비서인 앤드류 마할레리스는 뉴스위크에 제공한 성명에서 "텍사스에서는 관료주의를 없애고 불필요한 규제로부터 산업을 보호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속 이곳으로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테일러 교수는 "텍사스 주의 가혹한 생식 선택법, 투표 접근성 제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해체, 환경·사회·거버넌스 표준에 대한 공격, 이민 정책과 같은 문제를 감안할 때 사업상의 이유로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가치관과 텍사스주의 사회적 보수주의 사이에 향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