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25% 관세, 1780억 달러 수입품 영향... 건설 프로젝트 연기 우려

지난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시행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는 자동차 부품부터 가전제품, 축구 헬멧, 잔디 깎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제조업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관세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유사한 부과금과 달리 제조업의 결합 조직 역할을 하는 나사, 못, 볼트를 포함한 광범위한 수입품을 포괄한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제이슨 밀러 공급망 관리 교수는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부품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금속 관세의 범위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다"고 WSJ에 말했다.
밀러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약 1780억 달러(약 261조 원) 상당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현재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이는 2018년 기존 관세의 영향을 받은 수입 제품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 미국 내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 압박
제조업 임원들은 미국에는 수입품을 대체하는 데 필요한 강선이나 나사 및 기타 패스너의 양을 생산할 공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패스너 제조업체 셈블렉스(Semblex)의 진 심슨 사장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생산 능력은 이곳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엄선된 공급업체 그룹"이라고 WSJ에 설명했다.
관세 확대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강철 나사에는 기존 45%의 관세에 추가로 25%의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관세 인상으로 수입업자의 경우 10센트짜리 나사 가격이 17센트로 70% 급등하게 된다.
미시간에 본사를 둔 그레이트 프라덕트스(Great Products)의 롭 크라우더 사장은 2018년 말 트럼프가 중국산 패스너에 관세를 부과한 후 대부분의 나사 구매를 대만으로 전환했다고 WSJ에 말했다. 가전제품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약 300만 개의 나사를 수입했으며, 1400만 개의 나사를 자체 생산했다고 크라우더 사장은 밝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서 연간 21억 7300만 달러(약 3조 1900억 원), 중국에서 11억 9200만 달러(약 1조 7500억 원), 일본에서 6억 2200만 달러(약 9149억 원) 규모의 볼트, 너트, 나사, 앵커, 리벳 등을 수입하고 있다.
◇ 자동차 및 건설업계 연쇄 타격 우려
미시간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알파USA의 척 다다스 사장은 볼트, 너트, 나사, 앵커, 리벳 등 해외 패스너 생산업체를 대체할 미국 공급업체를 찾는 데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WSJ에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입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많은 공급업체가 새로운 부과금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흡수할 수 없다고 말해 관세의 영향은 빠르게 체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필드 패스너(Field Fastener)의 짐 데리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을 늘리지 않고는 제품을 판매할 방법이 없다"며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WSJ에 강조했다. 데리 CEO는 고객들로부터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편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슨 사장은 철강에 대한 비용 증가는 특히 가격이 몇 달 간의 계약에 묶여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고객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WSJ에 설명했다. 그의 회사 셈블렉스는 자동차, 산업용 조명, 농기구 및 대형 상업용 트럭용 패스너를 생산하며, 사용하는 강선의 절반 이상을 대부분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의 상업 건설 회사 JA&M 디벨러핑의 애니 메시아스-머피 사장은 강철 케이블과 콘크리트 철근을 포함한 철강 건축 자재 비용이 최근 몇 달 동안 평균 5%에서 8% 증가했으며, 못 가격은 4% 올랐다고 WSJ에 전했다.
미국 건설업협회(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의 아니르반 바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자재 비용 상승이 둔화되지 않고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올해 말에 건설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바수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은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철강을 구입할 필요가 없고, 못을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건 트럼프 정부는 이번 관세 강화를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내 대체 생산능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직면해 공급망 혼란과 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