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미래구원자 대장균 등장" 235종 세포공장 설계

기후 변화와 화석 자원 고갈이 가속화되며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KAIST 연구진이 컴퓨터 기반의 대사 시뮬레이션을 통해 235종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세포공장 설계 전략을 완성해 제시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산업용 미생물 세포공장의 생산 역량을 가상 세포 모델 기반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특정 화학물질 생산에 최적화된 미생물 균주 및 대사공학 전략을 제안했다고 7일 밝혔다.

미생물 세포공장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는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효율화하기 위한 대사공학 기술은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균주 선택과 대사 경로 최적화는 높은 난이도와 비용으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이 제한되어 왔다.

기존 연구는 방대한 생물 실험과 정교한 검증 절차를 통해 최적 균주 및 생산 경로를 도출했지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최근에는 미생물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구축된 유전체 수준의 대사 모델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최적 균주 선정과 대사 흐름 설계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연구팀은 대장균(Escherichia coli),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고초균(Bacillus subtilis),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Corynebacterium glutamicum), 슈도모나스 푸티다(Pseudomonas putida) 등 대표적인 산업용 미생물 5종을 대상으로 235가지 화학물질 생산 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유전체 기반 대사 모델을 통해 각 미생물이 생산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최대 이론 수율과 실제 공정에서 달성 가능한 수율을 계산함으로써, 화학물질별로 최적화된 균주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연구팀은 타 생물에서 유래한 효소를 미생물에 도입하거나 보조인자 교체를 통해 대사 경로를 확장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미생물의 본래 대사 한계를 넘어선 수율 향상이 가능함을 확인했고, 메발론산, 프로판올, 지방산, 아이소프레노이드 등 주요 산업용 화학물질의 생산 효율이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아울러 가상세포 내 대사 흐름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생산 극대화를 위한 균주 개량 전략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특정 효소 반응과 목표 화학물질 생산 간의 정량적 상관관계를 분석해 상향 또는 하향 조절이 필요한 대사 반응을 규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논문의 제 1저자인 KAIST 김기배 박사는 "타 생물에서 유래한 대사 경로의 도입과 보조인자 교환 전략을 활용하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생물 세포공장을 설계할 수 있다"며, "본 연구에서 제공하는 전략은 미생물 기반 생산 공정을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에서 미생물 균주 선정과 대사경로 설계 단계에서 어려움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미생물 세포공장 개발을 위한 핵심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향후 바이오 연료, 바이오플라스틱, 기능성 식품 소재 등 다양한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물공정연구센터 김기배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24일자로 게재됐다.

논문명은 'Comprehensive evaluation of the capacities of microbial cell factories'이며, 저자 정보는 김기배(제1저자)와 김하림(제2저자), 이상엽(교신저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과 '합성생물학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