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한·미 협상 테이블에 추가
정치 불안·관세로 커진 환율 변동성
기업들은 환율 불안정 대비책 강화
정치 불안·관세로 커진 환율 변동성
기업들은 환율 불안정 대비책 강화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 통상당국은 오는 7월 8일을 시한으로 진행 중인 통상 협상에서 통화정책 문제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측은 지난주 한국 정부와 ‘2+2 장관급 통상 협의’를 진행하면서 통화정책을 주요 의제로 추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낮다며 ‘원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11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했지만, 지난해 다시 포함했다. 원화 가치가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낮게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화 절상 문제를 협상 카드로만 쓴다 해도 환율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는 어렵다.
통화정책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그간 쌓여온 환율 불안정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0원 중후반대에 고착화됐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인 4월 중순에야 1400원 선에 가까워졌다가 지난 23일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이날 1437.3원에 마감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철강재와 자동차를 시작으로 각종 수입품에 품목 관세 부과를 예고한 점도 환율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 변동 여파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달러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는 조선업계는 환율 변동성 위험에 대응하는 수준을 높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통상적으로 환율 헤지 비중을 50%로 가져갔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올라가면서 75%로 확대하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60% 플러스 알파’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에 빠진 철강업계도 고환율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을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고환율 상황으로 같은 제품을 수출해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어 호재지만 앞으로도 환율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관련 순이익이 1200억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도 ‘우호적 환율 효과’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2분기 들어 환율 효과가 줄어들면 판매 성과 대비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