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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로컬푸드로 건강 지키는 파키스탄 훈자마을 장수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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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로컬푸드로 건강 지키는 파키스탄 훈자마을 장수노인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파키스탄의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훈자’지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마을 중의 하나이다. 훈자지방은 파키스탄의 최 북쪽 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과 경계를 두고 있는 길기트(Gilgit) 지역에 속한다. 길기트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750㎞의 거리에 있다. 이 도로는 1966년에 시작하여 1978년에 개통된 도로로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의 카쉬가르(카스)까지 총 연장 1284㎞의 카람코람 하이웨이이다. ‘카라코람’은 ‘가루가 되는 바위’라는 뜻으로 돌산을 부수어 도로를 만들었다. 이름만큼이나 험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도 알려져 있다. 훈자는 길키트에서 또 2시간 반 정도 더 가야 한다. 훈자지방은 고도가 2500m에 달하며 마을 앞에는 라카포시, 디란, 뒤에는 울타르, 훈자 등 7000m 이상의 높은 설산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훈자지방의 노인들은 암, 심장질환 및 다른 퇴행성 질환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100세가 넘은 노인들도 건강하며. 80대나 90대의 많은 노인들이 아직도 들판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고산지대에 살기 때문에 심장과 폐가 튼튼하다. 대부분 죽을 때에는 어떤 질병도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마을의 고령자 중의 한 분인 부불 할아버지(100세) 집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3명의 딸과 2명의 아들을 두었다. 할아버지는 아침 8시에는 짜이차와 짜파티로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은 낮 12시에 쌀이나 감자, 콩 등으로 만든 전통식으로 식사를 하고, 오후 4시쯤 차를 마시며, 저녁은 오후 7시쯤 간단하게 한다고 한다. 야채와 고기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오전에는 매일 1㎞ 떨어진 곳에 있는 교회에 걸어가서 기도를 하고 온 후 오후에는 마을의 나무그늘 밑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을 묻자, 딸은 “아버지의 건강비결은 훈자지방에서 나오는 로컬푸드만 드시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사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훈자 사람들은 가공식품은 거의 먹지 않고 거의 모두 신선한 것을 먹는다. 파키스탄 정부에서는 벌레를 죽이기 위해서는 농약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그들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화학비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들은 밀, 보리, 메밀, 수수 등을 도정하지 않고 통째로 거친 가루를 만든다. 거칠게 부순 밀가루를 반죽한 후 간단히 납작하게 하여 불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구어 먹는 것이 이곳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짜파티(Chapatti)’이다. 식사를 할 때 짜파티는 항상 기본으로 나온다. 짜파티를 이용한 음식들이 많다.

그들은 땅이 좁기 때문에 먹는 것이 귀하여 채소나 발아된 씨앗, 감자, 여러 가지 채소 등을 소량 먹고 절대 과식하지 않는다. 그들 음식의 상당 부분은 요리를 하지 않고 날로 먹는다. 요리를 하더라도 살짝 요리를 한다. 훈자지방에는 어디에 가나 고목으로 보이는 살구나무와 멀베리 나무가 많다. 살구나무의 종류도 20여 가지가 된다. 훈자지방에서는 살구와 멀베리 나무열매인 오디가 건강과 장수의 원천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90세 넘은 노인들도 놀지 않고 계단식 밭을 오르내리며 일을 한다. 밭에서 감자, 옥수수 등을 재배한다. 아침에 할머니들은 등 뒤에 망태기를 메고 들로 나간다. 길을 걷다보니 ‘굴란’이라는 할아버지는 열심히 돌과 흙을 파내고 있었다. 놀고 있는 석회질 땅을 개간하여 채소를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쉬어 가면서 천천히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다.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을 하지 않으면 병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훈자 노인들은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산다.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 노인들은 한가로이 친구들과 나무 밑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평온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노인들은 대개 큰 아들이 모시지만 때로는 딸이 모시기도 한다. 노인들은 가족들과 함께 살며 존경을 받으며 권위가 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에는 노인들의 의견을 따르기 때문에 노인들은 항상 만족을 느끼며 산다. 훈자인들은 그들의 어려운 환경 때문에 오히려 장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깊은 산속의 가파르고 좁은 땅에 살다 보니 먹을 것이 귀하다. 땔감이 없다보니 요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대로 아끼며 먹는다. 자연히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