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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역사를 바꾼 '콜레라 맵'과 '장미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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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역사를 바꾼 '콜레라 맵'과 '장미 그래프'

[김인현과 떠나는 공간정보의 세계(4)] 인류생존과 G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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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질병의 조기발견 시스템으로 GIS 활용
최근 헬스 맵으로 진화…글로벌 모니터링 가능


모든 것이 얼어붙은 하얀 설국, 기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기상 이변으로 빙하기가 찾아왔고,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17년째 궤도를 돌고 있다. 인류가 환경을 파괴했고, 지구는 기상 이변으로 보복했다. 차가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 표면을 내달리는 ‘설국열차’는 바로 인류에게 주어진 최후의 생존 구역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2013년 1000만여 관객을 불러 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우리의 지상낙원 ‘지구’의 미래 참상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온 각종 재난 사건들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지난 100년 간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나열해보자면 런던 콜레라 사건, 시카고 장티푸스 사건, 로스앤젤레스의 스모그 사건, 멕시코시티 대기오염, 베트남 고엽제 사건, 아스완 댐 사건, 과테말라 적조 사건, 걸프전 환경 테러,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사건, 낙동강 페놀 사건 등이 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발생한 스칸디나비아 산성비, 요르단 강 물 전쟁, 사해의 사막화,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투발루의 비극 등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는 끊임없이 인류에게 파멸의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태초부터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부족한 음식과 보금자리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다. 거친 야생 동물은 물론 혹독한 추위와 자연 재해 등에 맞서야만 했다. 인류는 효율적인 생존을 위해 문명 세계를 건설했다.

그런데 인류는 그 위대한 문명과 함께 ‘재앙’ 또한 발전시켜왔다. 그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난 수백년간 인류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열심히 환경을 파괴해왔으며 수많은 질병이 창궐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와 산업화로 환경이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었고 정체불명의 병균들이 나타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인류의 가장 큰 숙제는 생존


인류의 가장 큰 숙제는 생존이다. 인류는 지구상에 나타나면서부터 부족한 음식을 찾아 나서고 새로운 적들과 싸워 왔다. 이 적들은 야생동물일 수도 있고 추위와 자연재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매일 활동하고 생존을 위해 공부하고 수많은 생명과 문명을 지켜왔다. 눈에 보이는 음식과 눈에 보이는 적들과 싸워 오면서 인류는 도시문명을 만들었으나 산업혁명 이후에 엄청난 도시화로 인해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다. 환경이 엄청나게 나빠진 것이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병원균들이 창궐하면서 인류에게 위협을 가해왔다.

▲나이팅게일장미그래프이미지 확대보기
▲나이팅게일장미그래프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매일 보는 뉴스에 조류독감과 구제역 관련 뉴스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인의 건강관리와 위생관리를 잘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인류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문제에 부딪혀서 고민을 하게 되고 막연한 걱정을 하게 된다. 만약에 이런 바이러스나 세균이 어떻게 번져 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에서 의사들이나 약사들이 처방하고 만든 약을 가지고 직접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간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콜레라 맵(Map), 콜레라를 물리치다


아프리카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연일 조류 독감과 구제역 등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두렵고 불안하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번져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국민 보건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전문성을 가진 보건의료계가 주어진 역할을 다해줄 것이라 믿으며, 필자는 GIS 산업계의 일원으로서 GIS 기술을 활용한 재난 예방과 극복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부터 재난·재해 상황에 대한 사전 예방, 신속한 대응, 재발 방지 등에 있어 뛰어난 활약을 보여온 GIS 기술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의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초래된 불결한 도시환경은 각종 전염병을 야기했다. 상하수도 시설은 충분하지 않았고, 그 여파로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엄청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1854년 영국과 프랑스 등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두고 전쟁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콜레라 사망자 문제를, 간호사 ‘나이팅게일(Nightingale)’은 병동의 사망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관련 데이터 수집과 그래프 분석을 통해 콜레라의 발병 원인으로 수질 문제를 지목했다. 이를 정부에 건의해 정책화했고, 마침내 많은 인명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만든 그래프는 각각 ‘콜레라 맵’과 ‘장미 그래프’였으며, 이는 19세기 역사를 바꾼 두 개의 그래프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콜레라맵(검정색마크는사망자발생주택)이미지 확대보기
▲콜레라맵(검정색마크는사망자발생주택)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1854년 여름 영국 런던 빈민가 소호 지역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 발생 3일 만에 127명이 사망했고, 이후 사망자 규모는 빠른 속도로 늘어갔다. 콜레라의 발병 원인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의료계 주류에서는 콜레라가 공기를 통해 퍼진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존 스노 박사는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진다고 판단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콜레라 희생자의 거주지를 지도 위에 점으로 표시한 Figure 2와 같은 ‘콜레라 맵’을 작성했다. 그는 사망자가 브로드 거리에 집중된 것을 발견했고, 그 콜레라 맵을 당국에 제시해 거리의 식수원인 펌프를 폐쇄토록 조치했다. 그후 해당 지역에서 콜레라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존 스노는 ‘콜레라 맵’ 한 장으로 콜레라의 발병 원인이 공기가 아닌 물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후 1883년에 이르러서야 독일의 미생물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균을 발견했고, 콜레라균이 섞인 물을 마시면 감염된다는 것을 검증했다.

콜레라 맵은 이후 보건의료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며 발전해왔다. 여러 질병의 확산 경로를 지리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으며 최근 ‘헬스 맵(www.healthmap.org)’으로 진화되었다. 헬스 맵은 시간과 공간적인 전염성 질병 인자에 대한 글로벌 질병 발생 상황을 시각화하고 모니터링 하기 위해 만들어진 GIS 시스템이다. 2006년 9월 이래 존 브라운 스타인 박사와 클라크 프래이필드 박사가 수집한 다양한 소스로부터의 데이터, 야생동물 질병 정보 등의 포괄적인 정보 관리를 통해 전염병의 글로벌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에볼라발생타임라인지도(2015년1월30일자)이미지 확대보기
▲에볼라발생타임라인지도(2015년1월30일자)

각종 질병 조기에 발견


많은 국가들과 공공 보건기관,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미국과 유럽의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은 ‘헬스 맵’을 각종 질병의 조기발견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헬스 맵을 통해 글로벌 공중보건활동과 관련된 질병발생 영역에 대한 지역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3월부터 헬스 맵은 아프리카 출혈열을 추적하고 있으며 에볼라 전용 헬스 맵(www.healthmap.org/ebola)을 통해 그 결과를 시각화해 1144가지의 질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위 Figure 3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생과 현재까지의 확산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다. 헬스맵의 한계는 실시간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각국에서 보고되어지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맵핑을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에볼라발생예측(2015년1월30일자)이미지 확대보기
▲에볼라발생예측(2015년1월30일자)
여기에 한국공간정보통신의 인트라맵(IntraMap)과 uMap 같은 디지털 전자지도기술과 GIS기술과 빅데이터 관련 기술까지 결합한 다음 실시간 진단기술과 커뮤니티 맵핑기술을 적용한다면 위의 Figure 4의 지도보다 정교한 질병 지도 작성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지에서 “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 글이나 트윗을 수집하고 글쓴이의 거주 지역을 분석해 트렌드를 확인한 후 추론엔진을 돌린다. 이를 통해 질병의 잠복기간 예측도 가능하며 환자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면 어디에서 감염이 되었고 어디로 확산되는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스마트진단기기이미지 확대보기
▲스마트진단기기
▲김인현(주)한국공간정보통신대표이미지 확대보기
▲김인현(주)한국공간정보통신대표
이 같이 국가별로 조류 독감과 구제역 등에 대한 발생 현황을 지도에 표시할 수 있다. 각종 질병에 대한 정보를 글로벌 차원에서 정리하고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GIS 기술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는 데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헬스맵 같은 기술에 우리나라의 최신 GIS기술과 스마트폰 기술과 진단 기술을 접목한다면 매우 뛰어난 실시간 질병 관리 및 추적이 가능한 솔루션이 탄생할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헬스 케어와 보건 관리 전문 시스템으로 공간정보와 결합된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세계적으로 헬스케어와 보건관리전문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현 (주)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