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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알쏭달쏭한 호칭들…'마누라' 호칭의 유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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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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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알쏭달쏭한 호칭들…'마누라' 호칭의 유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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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좀 드신 분들의 말다툼을 듣다 보면 “이 양반 나이를 거꾸로 드셨나”라는 고함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여기서 언급되는 ‘양반’이란 조선시대에 무반(군인)과 문반(관료)을 통칭하는 높은 벼슬아치를 말하는데, 싸움 할 때 상대를 비하하는 호칭으로 쓰이고 있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할망구’도 그렇다. ‘할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본래는 80세에 이른 노인에게 ‘90세까지 사시기를 희망한다.’는 뜻의 망구(望九)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할망구의 어원대로 보면 80대의 나이에 있는 노인(남녀 포함)들은 모두 ‘할망구’가 되는 셈이다.
‘영감’은 오늘날 나이 지긋한 남자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쓰이고 있는 한편, 할머니가 “우리 집 영감은”처럼 제3자에게 자기 남편을 언급할 때 사용된다. 그렇지만 ‘영감’의 시초도 ‘양반’처럼 조선시대 관직에서 나왔다. 조선시대 품계에서 정3품과 종2품을 ‘당상관’이라 하는데 별칭으로 영감이라고도 불렀다. 이들은 지금의 ‘차관’급에 해당되며, 그 이상의 계급에 있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등 장관급 사람들은 특별히 ‘대감’이라는 호칭을 넣어 불렀다. 또한 이 시대에 연로한 퇴직문신(文臣)들을 예우하기 위해 ‘기로소’를 설치하고, 70세 이상의 퇴역관료들에게 ‘수직’이라는 명예벼슬을 주면서 이들도 ‘영감’으로 부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젊은 판검사들을 영감이라 부르고 있는데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마누라’ 호칭도 최초의 쓰임새와 많이 달라졌다. 마누라는 ‘마노라’라는 궁중용어가 변한 말이다. ‘마노라’의 말 풀이는 ‘맏 + 오라’이다. ‘맏’은 최고의 우두머리를 뜻하며, ‘오라’는 오늘날 사용하는 ‘우리’라는 말의 옛말로서 집 혹은 가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누라의 어원은 ‘한 가문의 우두머리’가 된다. 이 말은 궁궐에서 임금이나 왕비를 지칭하는 극존칭 언어로서 민가에서는 함부로 쓸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에게는 쓰지 않고 ‘대비 마노라’, ‘왕비 마노라’처럼 궁중 내 여성들에게만 사용 되었다. 지금은 ‘마누라’ 호칭을 남편이 아내에게 허물없이 부를 때 쓰거나, 남에게 자신의 아내를 낮춰 말할 때 사용한다.
마누라의 반대말로 ‘서방’이 있다. 사전에서는 아내가 부르는 남편의 별칭 또는 사위나 매제 아랫동서들을 가리키는 말이라 하고 다른 뜻으로는 아직 관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이중에서 유래는 아무래도 ‘관직 없는 사람’에서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선 사회 양반가에서는 자식이 관직에 들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시험인 초시서부터 성균관에 들어가서 대과를 치르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했는데, 그 사이에 대개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해도 과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공부방에 주로 있게 되면서 ‘글방도련님’이 ‘글방 남편’으로 그리고 한자 ‘書房(서방)’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형제지간에 나이 많은 사람을 ‘형’이라 부르고, 동생을 ‘아우’라 부르는데, 형은 고구려의 주요관직인 ‘태대형’, ‘대형’, ‘제형’, ‘소형’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본뜻은 ‘연장자 또는 가부장적 족장’을 나타낸다. 아우는 ‘작은 것’ ‘어린 것’을 의미하는 옛말 ‘아으’에서 변형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