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계명대 식품보건학부 배지현·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박선민 교수팀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원자료를 토대로 각종 식품과 아토피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는 영양학계의 유명 학술지인 '뉴트리션 리서치'(Nutrition Research) 최근호에 소개됐다.
연구팀이 19세 이상 성인 남녀 97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치·된장·청국장·발효 해산물·막걸리·맥주 등 발효식품을 월 92회 이상 먹는 사람은 월 54회 미만 먹는 사람에 비해 성인 아토피에 걸릴 위험이 44% 낮았다.
배 교수는 "이는 김치·된장·청국장 등 우리 전통 발효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난 결과"이며 "세균·효모 등 살아있는 미생물, 즉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산물이 아토피 예방·완화를 도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우리 전통 발효식품을 섭취한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간 발효 미생물들이 비타민 K·비타민 B12 등 식물성 식품에선 거의 얻기 힘든 비타민을 합성한다"며 "이런 비타민들도 아토피 예방 등 건강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 중 하나(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CJLP133)는 아토피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부 면역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을 인정한 것은 그래서다. 김치 유산균(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을 실험동물이 생쥐에게 먹였더니 아토피가 억제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연구팀은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세이·락토바실러스 락티스·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 등 다른 유산균도 장(腸) 속 세균 환경을 개선해 아토피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초콜릿·아이스크림의 빈번한 섭취(월 168회 이상)가 성인 아토피 발생 위험을 47%나 낮춰준다는 것(월 48회 미만 섭취하는 사람 대비)도 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흥미로운 결과다.
배 교수는 "커피에 든 클로로겐산 등 항산화 성분이 피부 염증을 억제한 덕분으로 추정된다"며 "연구 대상자들이 즐긴 커피의 종류(원두커피·커피믹스 등)를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성인 아토피를 억제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선 고기·가공육을 월 80회 이상 섭취한 사람의 아토피 발생 위험이 월 44회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2.42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채소·과일·콩·해산물·해조류의 섭취와 아토피의 상관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배 교수는 "한국 성인에게 서구식 식생활은 아토피의 위험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지적한 식품들이 아토피와 인과(因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관성을 보인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인웅 기자 parkiu7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