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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해외 각국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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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해외 각국의 셈법

원유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원유선물시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보류 등으로 인해 1배럴=65.84달러로, 5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셰일 석유혁명에 들뜬 미국의 미디어는 수요와 공급을 중시한 자연적인 흐름이라고 환영하지만, 구미의 경제제재에다 유가 하락까지 덮어쓰게 된 러시아와 이란의 언론에서는 재정 악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월 29〜30일자(주말판)에서 미국의 셰일 석유 붐은 원유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일으키고 있어 미국에 경제면이나 지정학적인 면에서도 큰 메리트가 있다고 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산유국의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OPEC이 가격 조정을 위한 협조 감산을 보류한 배경에는 유가 하락을 용인함으로써 미국의 셰일 석유개발을 억제할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OPEC은 셰일 석유 붐으로 회원국산 원유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과 미국이 원유 수출의 해금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붐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노스다코타주의 산지는 1배럴=50달러에도 채산이 맞지만, 최근에 개발된 산지일수록 유가가 하락하면 채산이 맞지 않게 된다. 사설은 "유가 하락은 일부 셰일 석유기업에 고통을 주게 된다. 그것은 에너지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여 감산 보류가 미국기업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설은 원유가격과 셰일 석유개발의 관계를 "독재국가에 의한 카르텔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것이다"라고 자리매김했다. 원유가격 하락이 휘발유가격의 하락 등을 통해서 미국민의 생활을 밑받침해주는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세계 최악의 독재자들에게 가하는 경제적 압력을 증대시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구미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원유가격의 하락과 함께 국내에서 정치적 지지 획득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사설은 미국 정부가 후원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가 경제적 메리트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야유하고, "미국민의 창의는 정부의 계획보다도 더 잘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러시아의 '독립신문'


우크라이나 문제로 구미의 엄격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루블화의 가치 하락까지 겹쳐 2015년에는 2009년부터 지속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 부양의 계기조차 찾지 못하는 러시아에게 원유가격 하락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 연방예산의 절반은 석유‧천연가스의 세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석유수입은 가스의 7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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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 '페토모스치'는 감산 보류가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OPEC는 (러시아를) 도와 주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러시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상술했다.

'페토모스치'에 따르면 OPEC의 패트리 사무총장은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해 묻자, "우리는 (러시아에) 장기적인 가격 예상을 제공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고 내뱉었다고 한다. 전문가는 "(가격 하락이) 1~2년 계속되면, 충격은 구미의 경제제재보다도 심각해진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국제석유가격을 1배럴=96달러로 상정하고 있는데, '페토모스치'는 '1배럴=80달러'라는 가격이, 이미 낙관적인 견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독립신문도 "OPEC의 힘을 사용하여 원유가격을 인상하고 싶다는 러시아의 희망은 실현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국가도 정부도 원유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다고 하는 새로운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신규사업의 채산이 맞는 원유가격은 '1배럴=90달러'라고 하는 석유 업체, '루크오일' 간부의 코멘트를 인용하여, 현재의 가격은 "대다수의 사업 계획에 살인적"이라고 한다.

한편, 대중지인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는 스미르노프 경제부장의 사설에서, 석유기업은 "1배럴=40달러에서 적어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자신에 찬 견해를 보여준다. 그래도 "다른 직종의 상황은 절망적이다. 다른 기업들은 대다수가 원유로 벌어들이는 이익에서 나온 돈으로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일반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이란의 '이란 데일리'


세계 유수의 산유국 이란의 영자지, '이란 데일리'는 지난 11월 30일자 논설에서, 이란은 다른 OPEC회원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에 여유가 없어 원유가격 하락이 재정에 미칠지도 모르는 악영향에 강한 경계감을 표시했다. 이란은 핵문제를 둘러싸고 구미의 경제제재에도 직면하고 있으며, 이 상황에서의 가격 하락은 악화되는 경제에 더블 펀치를 날리는 셈이 되고 있다.

이란은 세입의 대부분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1배럴=100달러'를 전제로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타국의 원유가격 채산 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가 90달러,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가 70달러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들은 외환 보유액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란에 비해 위기감이 적다며 회원국내에서도 위기 의식에 온도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OPEC의 감산 보류는 미국과 러시아에 "할당량을 박탈당하지 않으려 급급하고, 이미 (원유가격 결정의) 키 플레이어로서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논평한다. OPEC의 원유 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근년에는 미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감산은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게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부정하고 그래도 일방적으로 단행하면 "OPEC이 최대의 패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 데일리'는 12월 1일자 사설에서, 가격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이익을 가져오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원유가격의 하락으로 원자재가격과 수송비 등이 내리면 많은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란에 유리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사우디 자본으로 운영되는 범아랍지 '앗샤르쿠루와사트'의 칼럼니스트인 압달 라흐만 라시드는 11월 28일자 신문에서 원유가격 하락으로 페르시아만 아랍제국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에) 현명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라고 과잉 반응을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